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듣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듣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정책을 사실상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American Investment Accelerator)' 사무소를 상무부 내에 신설하라고 지시하며, 반도체법 관련 보조금 집행을 관할하는 전담 부서(CPO)의 기능을 이곳에 통합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서명식에서 ''CPO는 이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조건의 합의를 협상해야 하며, 흥정(bargain)을 통해 미국 납세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반도체법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여러 차례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들은 굳이 보조금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세금 낭비'라고 비판해왔다.

이 같은 입장을 반영하듯,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전담 부서인 CPO 직원 다수를 이미 구조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CPO의 기능을 투자 지원 사무소 산하로 이관함으로써, 앞으로 보조금 정책 전반에 걸쳐 '조건 재협상'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2월 13일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계약 일부를 연기하거나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두 기업 모두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진행 중이며, 아직 약속된 보조금을 전액 수령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 상무부로부터 약 47억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AI 메모리용 고급 패키징(Advanced Packaging)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며, 미국 정부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투자 지원 사무소'는 1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이 미국 내 각종 규제 절차를 빠르게 통과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보조금 지급 조건에 대한 재협상권도 관할하게 됨으로써, 미국 내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에 사실상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는 정책적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해외 자본 유치를 확대하면서도 재정 효율성까지 추구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전임 행정부 뒤집기'라는 트럼프 특유의 정치적 기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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