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출처=각 사 제공]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진 왼쪽)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출처=각 사 제공]

디스플레이·전자·배터리·방산 등 산업계 대기업 수뇌부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기업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반영한 자구책 차원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 같은 자사주 매입이 경영진 스스로 현 주가를 저점으로 판단한 '찐바닥 매수 시그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9일 산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은 지난 7일 회사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정 사장은 이날 LG디스플레이 주식 1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주당 8282원으로, 총 8282만원어치다. 정 사장이 보유한 주식은 지난해 3월 회사 유상증자 시 청약한 우리사주 3만7540주를 포함해 총 6만주로 늘었다.

그는 그동안 유상증자 참여를 비롯해 회사 주식을 꾸준히 매입,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정 사장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난 2023년 말 대표이사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1월 이전 보고서에서 정 사장은 1만2460주의 자사주를 보고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 취임 이후 사업 구조를 고도화,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 전략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 △원가 혁신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전사적 역량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의 경우 지난 2일 2억원을 들여 자사주 2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매입으로 조 CEO가 보유한 자사주는 기존 5373주에서 총 7873주로 늘어났다. 조 대표이사는 취임 후인 2023년에도 2차례에 걸쳐 3000주를 매입한 바 있으며 이전 호주법인장과 북미지역대표 시절에도 꾸준히 자사주를 취득해왔다.

이어 박원재 IR담당 상무도 우선주 500주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는 지난해에도 보통주 3005주, 우선주 1000주를 각각 매수한 바 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도 직접 자사주를 사들였다. 대표 선임 이후 처음이다. 최 대표는 지난달 14일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떨어지자, 19일 자사주 1000주(약 1억9150만원)를 장내 매수했다. 최 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총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이를 통한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밝힌 이후, 차별화된 기술력을 토대로 미래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 당일 자사주를 즉각 매입한 것은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등 임원들도 이달 1일 약 9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수했다. 김 대표가 사들인 회사 주식은 4560주(약 30억원 규모)다.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각각 1360주(약 9억원), 1262주(약 8억4000만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임원 49명도 유상증자에 따른 우리사주 매입과 별도로 지난달 24∼28일 장내에서 주식 6333주(약 42억원)를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40여명의 임원도 순차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회사의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과 함께 책임 경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6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해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었으나, 유상증자 정정공시를 통해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에서 내부 상황을 가장 잘 아는 CEO의 자사주 매입은, 기업가치 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 CEO들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책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낸 행보"라며 "단기적인 주가 방어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신뢰 회복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적이나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선택인 만큼, 일각에선 경영진의 연이은 자사주 매입을 '찐바닥 매수 시그널'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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