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공사현장, 기사와무관.[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8575_672189_1024.jpg)
"시장경제를 거스르는 제도를 만들어 놓으니, 결국 시장 흐름을 역행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되지 않은, 일종의 '탁상행정'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중견건설사 종사자 A씨)
'1사 1필지'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강제성 있는 규제가 오히려 업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취지 어긋난 1사 1필지...건설업 망쳤다
9일 EBN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1사 1필지 제도는 자격 미달의 페이퍼컴퍼니나 부적격 업체들의 무분별한 입찰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요건을 제대로 갖춘 정상적인 법인들까지 제약을 받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중소·중견 건설사의 경우, 자체 시행 사업의 비중이 크고 토지 확보가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인데, 1사 1필지 규정이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로 작용하면서 되레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사들은 브랜드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도급사업 중심으로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중견사는 도급 기회를 얻기 어려워 자체 시행 외에는 생존 방법이 사실상 막혀 있는 구조다.
즉, 중소·중견사의 기회를 넓히겠다던 제도가 도리어 업체의 기회마저 축소시킨 셈이다.
20년 이상 건설업에 종사해 온 A씨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틀에 박힌 제한은 실수요자와 사업 역량을 갖춘 업체들에게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며 "결국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1사 1필지 또는 그룹사당 1필지 식의 획일적 제한이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춘 법인에 대해서는 입찰 기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씨는 이 제도가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LH 등 공공기관의 토지 매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사는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입찰을 기피하고, 중소·중견사는 제도상 참여조차 어려우니, 토지는 남고 실수요는 외면받는 비효율적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A씨는 "결국 중요한 것은 형평성과 현실성을 모두 고려한 제도 설계"라며 "자격을 갖춘 법인에게는 폭넓은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 법조계 "1사 1필지, 한시적 운영이 적절"
이 같은 문제의식은 법조계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1사 1필지 제도가 대기업의 공공택지 전매 행위를 억제하고 중소·중견사에게 당첨 기회를 늘린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공급 제도를 추첨 방식에서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이 제도와 별개로 중소기업이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실제 국토부는 2020년 11월 "건실한 업체에 우선 공급하고 만족도를 높이겠다"며 추첨에서 평가 방식으로의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결국 1사 1필지로는 대기업을, 평가제로는 중소기업을 제약해 모든 국내 건설업체가 제한 받는 꼴이 됐다.
김성수 법률사무소 GY광야 대표변호사는 "1사 1필지 제도는 추첨제 하에서 시장 공정성에 기여한 측면이 명확하다"며 "공공택지 추첨제를 통해 중소·중견사의 참여 기회를 늘리고 시장의 다양성과 효율성을 확보해온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독립된 컨셉과 경쟁력을 갖고 활동하고 있음에도, 이 제도가 양측 모두의 입찰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업계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공택지 전매제한 제도가 정착된다면, 그 일환으로 1사 1필지 제도가 한시적으로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국토부 "아직 검토할 단계 아니다"
한편, 제도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국토부는 여전히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 부동산개발산업과 관계자는 EBN과의 통화에서 "최근에도 '1사 1필지 제도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공지했다"며 "현재로서는 연장이나 폐지에 대한 어떤 논의도 진행 중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1사 1필지 제도 폐지 논란과 관련해선 "검토 내용이 없기에, 연장·폐지에 대한 답변을 줄 수 없다"며 "검토 단계가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 [1사1필지 논란②] “껍데기만 남았다”…실효성 논란 재점화
- 불황 속 빛난 호반건설 재무건전성, 1군 건설사 중 '최고'
- 호반그룹, 위기 속 ‘내실경영’ 빛났다…총매출 9조 돌파
- [포토] 호반문화재단, 경기 과천시에 ‘호반아트리움’ 개관
- 호반문화재단, 경기 과천시에 ‘호반아트리움’ 개관
- [Constr. & Now] 롯데건설, 청년안심주택 ‘용산 남영역 롯데캐슬 헤리티지’ 청약 14일 시작 등
- 대한건설협회,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안전문화 확산 위한 릴레이 캠페인 실시
-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 본격화…인창개발·현대건설, 매입 5년만에 착공
- [EBN 오늘(9일) 이슈 종합] 증권업 IB 개선안 나왔다…산업계 경영진 '자사주 매입' 러시 등
- 불황 뚫은 한신공영 전재식號, 3년 더 항해한다
- [Constr. & Now] 현대건설, 입주민 마음 건강 살피는 주거 서비스 선보여 등
- [Constr. & Now] HDC현대산업개발, 동대문구서 한강 지천 지킴이 릴레이 봉사활동 진행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