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1096_675179_217.jpeg)
국내 건설업계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부진한 분양시장과 공사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출채권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데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부담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겉으로는 버티고 있지만, 심층 분석 결과 상당수 건설사들이 매출채권 회수 실패와 PF 리스크 동시노출이라는 '복합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발표한 '건설: 장기화되는 업황 부진, 커지는 유동성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택 및 분양시장은 2025년에도 수도권-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 일부 핵심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 성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지방은 특히 심각하다. 준공후 미분양 주택 수는 2025년 2월 기준 2.4만호로, 2023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정부가 3천호 매입계획을 발표했지만, 전체 물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비주택 부문도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과잉 공급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건설사의 매출채권 부담을 키우고 있다.
건설사들의 매출채권은 2020년 말 대비 무려 84% 급증했다. KIS는 매출채권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준공 임박물량 집중 △공사비 급등 △분양경기 부진 세 가지를 지목했다. 특히 분양률이 저조한 지방사업장을 중심으로 착공 후에도 분양이 지연되거나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 수입금 유입이 지연되면서 시공사의 공사대금 회수도 늦어지고 있다.
한신평은 분양률이 75% 미만인 현장이 전체의 16%, 분양을 시작조차 못한 현장까지 포함하면 2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매출채권 미회수 위험 규모는 최대 8.8조원에 이른다. 이는 분석 대상 건설사 전체 도급액의 7%, 자기자본 대비 22%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A등급 건설사들의 미회수 익스포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고위험군에 노출되어 있다는 평가다.
만약 이 가운데 50%만 대손으로 반영돼도, 부채비율은 123.4%에서 138.5%로 급등하게 된다. 개별로 보면, 현재는 부채비율 300%를 초과하는 건설사가 없지만, 손실 반영 시 3개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선다.
PF 리스크 역시 여전하다. 2024년 말 기준 등급보유 건설사의 PF보증 규모는 27.9조원으로, 위험 수준 '높음' 이상 사업장이 46%(12.7조원)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24년 상반기(45%) 대비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장기 미착공 사업장과 분양률이 부진한 비주택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장은 PF대출 차환이나 본 PF 전환이 어려워질 경우, 건설사 보증 책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은 5.6조원의 PF보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미착공PF가 1.7조원이다. 다만 현대건설은 대부분 서울 도심지에 위치해 입지 리스크는 제한적이며, 3.2조원의 현금성 자산으로 유동성 방어가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롯데건설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PF보증 규모를 3.2조원까지 줄였지만, 홈플러스 점포개발 등 미착공PF 관련 위험이 여전히 크다. 특히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롯데건설이 보증한 후순위 PF 차입금의 손실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
한신평은 "2025년 상반기 신용평가에서는 BBB-~A- 등급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무대응 능력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며 "매출채권 회수, 자산 매각, 보수적 사업 추진 여부가 신용도 유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형 건설사뿐 아니라 일부 중견사까지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건설업 불황은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신평 관계자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 경색이 완화되는 듯했지만, 지방 부진과 본격적인 매출 감소가 시작되는 2025년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건설사별로 회수가능 매출채권과 보유 현금비율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