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이 7만호를 넘어선 가운데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주택 수가 20개월 가까이 늘어나며 건설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양극화된 주택시장 구조 속에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등 복합적인 악재에 직면해 있다.

23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61호로, 최근 10년 평균(약 4만8900호) 대비 43.4%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준공 후에도 미분양 상태인 주택은 2만3722호에 달하며, 2023년 8월 이후 19개월 연속 증가세다.

준공 이후까지 미분양이 지속된다는 것은 해당 분양이 시장 수요와 괴리돼 있음을 뜻하며, 건설사의 자금 흐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처럼 미분양이 늘어난 배경에는 주택시장 내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 5분위 배율(상위 20% 대비 하위 20% 가격 비율)은 2023년 하반기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및 인기지역 중심의 '완판 행진' 이면에는 지방 및 비우량 입지에서 미분양이 쌓이는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육성훈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고분양가, 교통망 등 입지 조건이 불리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는 자금 회수 지연 → 운전자금 부담 확대 → 채무상환 지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이미 급격히 하락한 상태다. 특히 2022~2023년 공사비 급등 시기에 착공한 사업장의 경우, 현재 기성 반영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률 하락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토목 등 비주택 부문에서도 인건비·자재비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수익성 저하가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육성훈 연구원은 "신규 수주는 인상된 공사원가를 반영해 일정 수준의 마진 확보가 가능하지만, 착공물량 감소로 인해 매출 기반이 줄고 분양 리스크가 커진 만큼 단기적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흐름 악화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주요 건설사의 매출채권은 2021년 말 대비 70.1% 급증했다. 분양미수금, 공사미수금, 미청구공사 등에서 회수가 지연되면서 현금창출력에 부담이 가중된 결과다. 

NICE신용평가는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자금 회수 지연과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맞물린 결과"라며 "특히 분양률 회복이 어려운 자체사업장이나 도급사업장을 중심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PF 관련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릿지론 등 고위험 PF 채무는 일부 줄었지만, 착공으로 전환된 본 PF 잔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자본 대비 PF 우발채무 비율은 2022년 71.2%에서 2024년 76.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위주 사업장을 보유한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분양률 부진으로 PF 차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건설사들은 자산 매각이나 계열사 지원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업황 침체 속에서 신용도는 향후 더욱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NICE신용평가는 "향후 건설사 신용도는 △보유 자산의 유동화 가능성 △계열사와의 유기적 지원 체계 △착공 여부에 따른 사업 구조 등에 따라 갈릴 것"이라며 "단순히 부동산 경기 반등에 기대기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원가 관리 역량 확보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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