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산트(좌)와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율리아 스비리덴코(우)가 천연자원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BBC]
미국 재무부 장관 스콧 베산트(좌)와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율리아 스비리덴코(우)가 천연자원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출처=BBC]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 및 광물 자원의 공동 개발에 합의하고, 전쟁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한 '재건 투자펀드'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협정은 수개월 간의 협상 끝에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체결됐다.

BBC에 따르면 협정문에는 미국이 제공한 군사 및 재정적 지원을 기반으로, 양국이 50대 50의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해당 자원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하에 남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투자 펀드는 광물·석유·가스 분야를 중심으로 운용되며, 우크라이나 의회의 비준을 거쳐 본격화될 예정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협정 서명 후 발표한 영상 성명에서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성장 자산을 실현하는 핵심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이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미국이 제공해온 지원을 제도화하고, 국제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발판임을 강조했다.

26일 교황 장례 계기에 만난 트럼프와 젤렌스키.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교황 장례 계기에 만난 트럼프와 젤렌스키. [출처=연합뉴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협정 서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해 "이번 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 세계 투자 자본 유치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국유 자원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고 밝혔다. 그녀는 미국이 이 협정을 통해 방공 시스템 등 새로운 안보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협정은 2월에 서명될 예정이었으나,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입장차로 수차례 연기된 바 있다. 특히 펀드 운영의 투명성과 자금 흐름 추적 시스템, 지배구조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 측 소식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이 막판에 일부 조항을 재조정하려 하면서 협상이 다시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이번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교황 장례식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협정 체결을 강하게 촉구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이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희귀 자원과 안보 지원을 교환하는 상호 이익 구조"라며 "미국의 다년간의 군사지원 회수를 위한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흑연, 리튬, 티타늄 등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전략 자원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해온 희토류 공급망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이번 협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번 발표문에서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라는 표현을 명시하며, "러시아 전쟁 수행에 기여한 개인 및 국가가 우크라이나 재건에서 이익을 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정은 미국이 안보 지원의 조건으로 자원 접근권을 연계하는 첫 사례로, 전후 우크라이나 경제 구조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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