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2768_677071_1255.jpg)
산업계 3곳 중 2곳은 정부의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규제 중심에서 인센티브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탄소중립 정책 인식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5일 밝혔다.
설문에는 총 120개사가 응답했으며, 조사는 올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과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수립을 앞두고 진행됐다.
■"탄소중립 정책, 규제만 있고 인센티브는 미미"
설문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4.2%가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인센티브 요인을 체감한다고 답한 기업은 4.2%에 불과했다.
한경협은 "탄소중립 정책이 기업의 경영활동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행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1조는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배출권거래법’ 제3조는 제도가 경제 부문의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업들은 해당 제도를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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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달성 가능성을 평균 37.0% 수준으로 평가했다. 특히 응답기업의 57.5%가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5.0%에 그쳤다.
한경협은 이러한 인식이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기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중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다배출 업종이 약 73%를 차지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감축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 시 산업계 부담 가중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응답기업의 52.5%는 현재의 유상할당 비율(10%)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일정 비율의 배출권을 경매 방식으로 유상 구매해야 하며, 관련 법령에 따라 유상할당 비율은 점차 상향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서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유상할당 확대는 기업의 배출권 구매 비용뿐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산업계 전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경협은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일본과 같은 자율 기반의 인센티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언제든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 기업 스스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며 목표 미이행에 따른 불이익도 없다. 대신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금융 및 세제 혜택이 제공된다. 이는 한국처럼 의무적 참여와 목표 미달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글로벌 추세 반영한 '현실적 NDC' 설정 촉구
한경협은 국내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해 글로벌 정책 동향을 반영한 현실 가능한 감축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으며 EU는 환경 규제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는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정책의 강도를 산업 경쟁력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발간한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에 의하면 주요 저탄소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2030~2040년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경협은 “정책 강도는 기술 상용화 시점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한경협은 배출권거래제 강화에 따른 기업들의 이행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출권 할당량이 줄거나 유상할당 비중이 높아질 경우, 기업은 배출권 구매와 전기요금 인상 등 이중 부담을 겪게 된다.
실제 독일과 일본 등은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인하하거나,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국채 발행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운용 중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계의 탄소중립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체계 마련이 선결되어야 한다"며 "규제에서 인센티브로의 관점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