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가 닭고기 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부분육 메뉴 일시품절 등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교촌치킨]
치킨업계가 닭고기 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부분육 메뉴 일시품절 등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교촌치킨]

닭고기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윙'과 '순살' 메뉴의 판매가 중단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 모든 매장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공급 차질이 길어지며 대표 메뉴 운영에 차질을 빚는 매장이 늘고 있어 메뉴 중단이 아니더라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굽네치킨, 교촌치킨, 푸라닭 등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 상당수가 날개·다리·순살 등 부분육의 공급 부족으로 영업 차질을 겪고 있다. 닭 한 마리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이들 부위의 양이 제한적인 데다, 소비자 수요는 높아 수급 불균형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굽네치킨의 경우 순살 부위 공급이 지난 2월부터 급감하며 3월 이후에는 납품률이 평소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순살 중심 메뉴가 사실상 판매 중단된 매장도 적지 않다. 

교촌치킨은 간판 메뉴인 '허니콤보'의 주재료인 날개·다리 수급률이 작년 말부터 20~3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푸라닭 역시 순살 부위 공급 차질로 일부 매장에서 메뉴 판매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수급난은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판매 불가 품목이 늘어나며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본사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이상기온 등 외부 요인을 이유로 적극적인 보상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3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영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이후에도 공식적인 보상 방안이나 공급 안정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교촌치킨은 일부 가맹점과 입고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물류비 인하와 보상을 약속하는 확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부 매장에 한정된 개별 협약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유통 구조상, 원재료 공급과 가격 결정 권한은 본사에 집중돼 있지만, 수급 차질로 인한 손실은 가맹점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구조다. 본사는 로열티와 원자재 마진으로 수익을 유지할 수 있지만, 가맹점은 판매 차질이 곧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낙관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확산과 이상기온, 종란 생육 차질 등으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했지만, 빠르면 6월 말부터 닭고기 출하량이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 전망에 회의적이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출하량이 늘어도 날개나 순살 같은 부분육은 생산과 유통 부담이 크고,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라 단순한 도계량 증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는 현재의 수급난을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부분육 중심 메뉴 전략이 갖는 구조적 리스크가 현실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공급이 줄면 곧바로 해당 부위 품귀와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브랜드는 대응책으로 메뉴 전략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한 마리 통닭형 메뉴 개발을 추진 중이며, 다른 브랜드들도 부분육 품목의 판매 방식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 압력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도계량 감소에 따라 도축 단가가 상승했고, 유통사와 프랜차이즈 본부의 가맹점 납품 단가 역시 연쇄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날개·다리·순살 등 인기 부위는 선별·가공·포장 비용이 높아 원가 상승 폭이 더 크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현 가격 구조로는 수익률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판매가 인상 외에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브랜드는 이미 한정 수량 판매, 세트 구성 조정 등 우회적 가격 대응 전략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육 공급가가 10%만 올라가도, 판매가는 2000원 이상 인상돼야 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며 "가격 인상 필요성과 소비자 이탈 우려 사이에서 본사와 가맹점 간 입장차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수급 구조라면, 윙과 순살 메뉴는 점차 고급화되거나 한정 판매 품목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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