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3156_677528_3948.jpg)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과 이란 간 고위급 핵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트럼프의 중동 순방 발언을 겨냥해 “평화와 학살이라는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란은 전쟁을 원치 않지만 협박에는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17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군 대상 연설에서 “이란은 협상을 환영하지만, 결코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자국의 합법적 권리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말하면서 동시에 첨단 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처럼 모순된 메시지를 믿는 사람은 트럼프 자신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독립과 주권을 내세우며 외부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이란을 중동의 불안정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진짜 불안의 원인은 미국의 이중 잣대”라고 주장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싼 국제적 우려에 대해 “우리는 군사, 학술, 과학, 그리고 핵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기술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국가 주권과 직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끝으로 나흘간의 중동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제안은 이미 이란에 전달됐으며, 그들이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이란이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나 군사적 조치를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즉각 반발했다.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어떤 직간접적인 서면 제안도 받은 바 없다”며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란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오만의 중재로 고위급 핵협상을 4차례 진행했으며, 추가 회담도 예고된 상황이다. 그러나 협상 재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핵심 쟁점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와 관련된 사안으로,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명백한 국제협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