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활동적 노화(Active Aging)’는 말 그대로 노년일수록 다양한 활동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움직일수록 삶의 질이 향상돼 행복한 노년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활동적 노화의 3요소는 ‘건강, 참여, 안전성’이다. 이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게 ‘참여’다. 다양한 참여 활동을 통해 고령자가 생산자로 재전환 될 수도 있다. 이때 참여 과정을 높이는 매우 기본적인 전제가 ‘손쉬운 이동’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활력 있는 초고령 사회를 위한 대중교통 역할 강화 방안(2024, 김혜란)’에 따르면 고령자의 일평균 통행횟수는 2010년 1.48회에서 2016년 1.82회로 증가했다. 이동 수단으로는 자가용이 많지만 대중 교통에서 버스에 의존하는 비중 또한 여전히 높다(14.2%). 한 마디로 버스 운행 횟수와 고령자의 활동성이 맞물리는 만큼 운행 횟수 확대를 제안한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 활동적 노화를 이뤄내는 것은 비용 문제로 해결이 어렵다. 고령 인구 증가로 대중교통 수요는 상대적으로 증가하지만 농어촌지역 버스 운영의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탓이다. 그나마 일부 자치단체는 기존 노선 중심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수요응답형교통(DRT)으로 바꿔 비용 부담 최소화에 적극적이지만 교통 여건이 매우 열악한 곳은 요금의 대부분을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100원 택시를 운영하기도 한다. 고정된 노선 버스를 투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농어촌지역의 이동 수단으로 투입되는 버스와 택시 운전자도 함께 노령화된다는 점이다. 이동 서비스를 받아야 할 대상이 이동 서비스의 제공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이동 과정에서 고령 운전에 따른 사고 위험성이 함께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시되는 대안이 자율주행차의 도입이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의 활동적 노화를 돕자는 제안이다. 이대로 두면 농어촌지역의 기존 교통서비스는 붕괴되고, 고령 운전자의 안전 문제는 심각해지며, 운송 산업의 인력 부족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이후 9차례에 걸쳐 전국 17개 시·도 42곳을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지만 대부분 도심이거나 관광지 중심이다. 게다가 성과지표로 교통사고 발생 여부를 삼다 보니 관련 기업들이 적극적인 시장 진입을 꺼린다. 최근 평가 기준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사후조치로 바꾸었지만 활성화는 아직이다.
그러자 자율주행 상용화의 우선 순위를 활동적 노화에 맞추자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노선 버스 및 100원 택시 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율주행 유상운송 기업에게 지원해 시장을 키우자는 뜻이다. 소외 지역일수록 교통량이 적어 이동의 복잡성이 낮아지고 사고 위험도 낮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최근 몇 년 동안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기본 정책이 만들어졌다. 현재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의 판매와 운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판매하거나 운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나마 경남 하동이 도입한 자율주행 마을버스의 경우 활동적 노화에 나름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교통 소외 지역의 자율주행 운행 효과가 검증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후는 확대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재정 지원이다. 무공해차에 보조금을 주는 것처럼 자율주행차 도입을 추진하는 유상 운송기업에게 자율주행차 구매 보조금이 지급돼야 한다. 물론 보조금 지급 조건은 대중교통 역할에 한정되겠지만 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결국 유상운송 사업자의 자율주행차 구매 비용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