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해마다 연말이 되면 이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가 전망된다. 물론 예측 방법에 따라 숫자는 모두 다르다. 대입되는 변수의 설정이 정확하지 않은 탓이다. 기관마다 최대 200~300만대의 오차가 나타나는 배경이다. 그런데 산업 수요 전망은 얼마든지 수시로 바뀐다. 인간이 미처 헤아릴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게 다반사다. 

올해 초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는 대부분 9,400만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수요 전망이 요동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자동차 관세가 들쭉날쭉해서다. 결국 미국 골드만삭스는 올해 글로벌 신차 생산대수를 9,040만대에서 8,870만대로 낮췄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도 올해 1,625만대에서 1,525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관세 조변석개(朝變夕改)를 예측 불가능한 요소로 본 셈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제조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차와 닛산은 미국 생산을 늘리기로 했고, 아우디와 재규어랜드로버는 아예 미국 수출 중단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반면 가격 민감도가 낮은 페라리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관세 만큼 가격을 올려 받는다. 그렇게 비싸져도 사는 사람은 산다.

일본 토요타도 걱정을 쏟아낸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53만대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 생산으로 옮기면 일본 내 부품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 한번 휘청댄 공급망은 다시 일으키기 쉽지 않고 이는 일본 내 경제위기로 직결된다. 일본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절박한(?) 협상을 시도하는 배경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으로 생산이 건너가면 그만큼 국내 생산이 감소한다. 만들고 싶어도 팔 곳이 없어 생산이 중단되고 일자리는 사라진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 경제는 붕괴되고 경제적 어려움은 소비 여력 저하로 연결된다. 찾는 사람이 없어 곳곳의 음식점 등은 문을 닫고 경영자는 대출 압박에 고통을 겪는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감산 상황에 적응해도 미래가 없다. 

수출 대체 방안으로 선택한 내수 확대는 한계가 분명하다. 숨통을 트이려면 1가구 2차를 넘어 1인 2차로 바꿔야 한다. 자동차 세금을 줄여야 하고, 할부 금리를 내려야 한다. 이때 세금 감면 수준은 단순히 개별소비세율 인하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한시적으로 100% 면제하고 교육세도 없애야 한다. 그럼 내수는 확장된다. 하지만 정작 나라가 써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도로에 자동차가 넘치도록 하려면 유류에 부과된 유류세도 조정해야 한다. 

모든 세금 축소는 국가 살림의 밑천이 드러나는 일이다. 그래서 도입이 불가능하다. 이때 다른 나라가 눈에 들어온다. 각국에 진출한 현지 법인에 판매 할당량을 내려 국내 생산 감축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걸림돌이 또한 관세다. 시장이 큰 국가는 무조건 해외 도입을 줄이려 한다. 인구가 곧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법은 딱 하나다. 인구 대국이 장벽을 세우지 않도록 달래는 것뿐이다. 인구 숫자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자동차 무역에서 중요한 것은 곧 인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은 인구가 작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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