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성공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글로벌 통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협업을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은 1900년대 중후반, 정주영 선대 회장의 숙원인 고로 방식의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해 포스코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이력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맞수와 협업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따라 향후에도 유수의 기업과 전략적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간의 철강, 이차전지 소재 분야 등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고,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현대차그룹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총 58억달러(8조2000억원)이 투자되는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연간 270만톤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합작투자가 현실화된다면 포스코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철강을 생산해 주요 업체에 공급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입품에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데, 이로 인한 리스크를 덜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철소의 일부 지분을 포스코그룹에 넘기면서 투자 부담을 덜게 된다. 전동화 톱티어로 올라서기 위한 투자 여력을 다시금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출처=현대제철]
[출처=현대제철]

업계는 이번 협력 발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1·2위인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기나긴 악연을 끊고, 전략적 협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라이벌 관계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과거 현대차그룹(당시 현대그룹)은 정주영 선대 회장의 숙원인 고로 일관제철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포스코그룹(당시 포항제철)과 경쟁을 펼쳤다. 

정주영 선대 회장은 자동차, 건설, 조선 등 그룹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굴뚝산업의 근간인 고로 제철소가 있어야 한다며, 꾸준히 일관제철사업 진출을 타진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급 과잉론, 공멸론 등을 이유로 현대그룹의 고로 사업 진출을 저지했다. 당시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소 건립은 포항제철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은 약 30년 뒤인 지난 2004년, 고로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인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이뤄졌다. 2세 경영인 정몽구 명예 회장은 선대 회장의 의지를 이어받았다. IMF 파장으로 한보철강이 매물로 나오자,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이 인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8771억원에 한보철강을 인수했고, 충남 당진에 있는 한보철강 부지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하게 됐다.

[출처=현대제철]
[출처=현대제철]

이후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선의의 경쟁'은 이어졌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철강 독점 공급 체제가 깨지자, 글로벌 자동차업체로의 공급을 늘렸다. 닛산,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폭스바겐 등에 수출을 추진하며 후발주자인 현대제철의 해외 시장 확장을 견제했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은 어제의 적이었던 포스코그룹과 생산 시설을 함께 활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도 정의선 회장 체제로 들어선 현대차그룹은 과거 경쟁자였던 삼성과 현 라이벌인 GM, 토요타와도 접촉을 늘리며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을 위해서라면 라이벌과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 정의선 회장의 유연한 리더십을 주목한다.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경영 철학이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 제조사로 도약시켰다는 평가다.

'디자인 기아'가 대표적 사례다. 정의선 회장은 기아 사장으로 근무 당시, 2006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기아 패밀리 룩을 완성하고, 현대차와 차별을 시도했다. 또한, 한국만 바라보던 기아의 눈을 해외로 돌렸다. 전문가들은 정의선 회장의 유연한 사고가 기아를 180도 바꿨다며 긍정 평가한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협업 발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겠다는 목표에 따라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다양한 신기술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 사회로의 전환은 그룹의 미래 숙원 사업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유수의 기업과 협업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간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면서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더욱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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