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가진 곳은 단연 한국이다. 운행 중 탄소 배출이 없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구매 가격만을 제한했지만 지금은 여러 이해 관계가 얽히며 가장 혼란스러운 제도로 바뀌었다. 보조금 지급 주체인 환경부조차 이해가 쉽지 않을 정도다.
최근 환경부가 2025년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발표했다. 일단 출고 가격 5,300만원 미만일 때 보조금 전액을 받는다. 넘으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시작은 중형 기준일 때 연비보조금(150만원)과 주행거리보조금(150만원) 등 300만원이다. 효율이 ㎾h당 5㎞를 넘거나 주행가능거리가 500㎞를 초과하면 보조금을 더 받는다. 차량정보 장치가 있으면 20만원, 충전 커넥터를 통해 배터리 상태 정보를 제공하면 20만원, BMS에 이상 감지 및 알림 기능이 있으면 10만원을 더해준다. 배터리의 에너지밀도 항목도 있다. ℓ당 500Wh를 초과하면 보조금은 유지되나 부족하면 깎인다. 동시에 배터리 1㎏당 유가금속 가격이 2,100원이면 유지되나 그 이하면 보조금도 줄어든다. 여기서 유가 금속이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이 대상이다. 단, 경차는 적용하지 않는다.
애프터서비스 센터가 1개 이상이고 정비 및 부품 관리가 전산으로 이뤄지면 역시 보조금은 변동이 없다. 그렇지 못하면 추가로 줄어든다. 동시에 2년 전 저공해자동차보급 목표를 달성한 곳은 최대 140만원을 더해주되 미달성은 60만원만 추가해준다. 최근 3년 내 표준 급속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제조사는 20만원, 200기 이상 설치했다면 40만원을 더한다. 아울러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구동 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 가능하면 20만원을 주고, 최대 250㎾ 이상 고속 충전 기능이 있으면 30만원을 보태준다. 이외 제조사의 책임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한다.
이처럼 복잡한 보조금 제도 탓에 제조사도 자신들이 판매하는 전기차의 보조금 최종 산출이 제각각이다. 같은 차종이라도 적용된 배터리 용량 및 적용 소재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구매 예상 차종의 보조금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저 판매사가 제공하는 보조금 정보에 의존하는 게 전부다.
보조금 제도가 복잡하게 변화된 가장 큰 이유는 보조금 속에 다양한 이해 관계를 넣었기 때문이다. 보조금 자체가 세금이라는 점에서 국산과 수입산의 차등, 그리고 전기차 안전성, 배터리 소재의 순환성 등을 최대한 망라한 결과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전기라는 동력이 자동차의 직접 구동원이 되면서 기존에 없던 제도들이 생겨나는 모양새다.
제도가 확정되자 올해 새로운 전기차를 쏟아낼 제조사들의 계산도 분주하다. 출고 가격을 낮추거나 배터리 성능 향상 등을 통해 보조금을 높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보조금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탓이다. 보조금을 많이 받을수록 대당 이익이 보장되는 것이어서 모든 항목의 기준 충족에 집중한다. 그러나 당장 기준 충족이 어려워 보조금이 전년 대비 줄어드는 곳도 많다. 한 마디로 보조금이 전기차 판매사의 일희일비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 국내에 등장할 신차 중에서 전기차가 은근히 많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각 나라의 배출규제 강화로 내수 뿐 아니라 해외에도 전기차를 많이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해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수입, 판매하려는 곳도 늘어나는 중이다. 그만큼 한국이 서서히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의 각축 시장으로 변모해 간다는 뜻이다. 시장은 작아도 수입과 수출에 별다른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잠시 주춤했지만 2025년 만큼은 전기차의 점진적 성장이 예상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