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완성차는 147만9,682대다(국산차, 수입차 포함). 지난해와 비교해 10만대가 줄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숫자는 시장 점유율이다. 현대차는 줄어든 10만대 중 가장 많은 5만6,000대가 감소했고 점유율도 0.8%P 감소한 43.5%를 기록했다. 반면 기아는 조금 달랐다. 2만5,000대 가량이 줄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0.6%P 오른 33.4%다. 현대차의 부진을 기아가 일부 흡수(?)한 셈이다. 숫자만 봐도 내수에서 줄어든 10만대 중에 8만1,000대가 현대차와 기아의 몫이다.
하지만 올해 시선을 끌어당긴 곳은 르노코리아다. 오히려 1만2,000대 늘고 점유율도 0.9%P 오른 2.2%로 반등했다. HEV 투입의 적절성과 그에 따른 영업망이 회복되며 존재감을 끌어 올린 형국이다. 그리고 상승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내수와 수출을 모두 대응할 수밖에 없어 행복한(?) 고민에 힘겨워한다. 덕분에 최근 대형 판매사들이 속속 르노코리아 영업망에 합류하고 있다.
반면 KG모빌리티는 올해 1만5,300대 감소한 4만4,500대에 머물며 점유율도 지난해 3.8%에서 올해 3.0%로 낮아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품의 내부 간섭이다. 토레스와 액티언이 시너지보다 간섭 효과를 일으키는 게 문제다. 이와 함께 GM 한국사업장도 올해 1만3,000대로 부진을 겪으며 점유율은 1.6%에 머물렀다. 그나마 수입차 시장은 큰 변동 없이 올해 16.2%를 차지해 전년 대비 0.8%P 증가했지만 물량으로는 4,000대 가량일 뿐이다.
관심은 사라진 10만대가 2025년에 복원될 수 있을까에 집중된다. 일단 신차는 많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아이오닉9, 넥쏘가 대기 중이고, 기아는 승용형 픽업 타스만, 배터리 전기차 EV4와 EV5를 준비시킨다. 동시에 PBV 투입도 본격화 할 태세다. 르노와 KG모빌리티도 신차 효과를 기대하며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특히 르노는 의외의 차종을 투입, 시장을 흔들겠다는 야심도 은근히 드러낸다.
하지만 제조사의 기대와 달리 시장의 예측은 불안하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율이 올해 대비 낮은 1.9%로 전망되고, 전기차 보조금도 축소된다. 동시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자로 나서면서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대 수명이 증가한 만큼 미래 대비 지출이 늘어나는데 이때 자동차 구매는 순서가 밀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인구 구조상 젊은 수요층이 영입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타던 차의 보유 기간이 늘어나면 차를 바꾸려는 대차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차 수요를 억제하는 또 다른 요인은 신용카드 할부 통제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이용했던 신용카드 금액을 개인의 총대출 한도에 넣느냐 마느냐다. 고민하던 정부는 총한도 대출에서 신용카드 자동차 구매액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것마저 통제하면 신차 수요는 절벽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부정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하는 기대해 볼 대목이다. 자동차 살 때 가장 부담스러운 이자율이 떨어지면 심리적으로 구매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또한 10년 이상 노후차 교체도 꺼내들 수 있는 정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10년 이상된 노후차는 무려 940만대가 운행된다. 경기 위축이 보유 기간을 늘린다면 노후차 대체는 신차 판매 증대로 연결될 수 있다. 노후차 교체 지원이 없을 때 166만대로 예측된 2025년 국내 판매가 170만대를 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사라진 10만대를 살려낼 방안은 ‘노후차 교체 지원’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과거에도 한 차례 도입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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