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3432_677824_5912.jpg)
LS그룹과 한진칼이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전략을 꺼내 들면서 불똥이 재계로 튈 조짐을 보인다.주주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상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자사주를 지배권 방어에 활용하는 것은 모든 주주를 위한 결정이 아닌 주주가치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는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하기로 했다. 교환사채 대상은 ㈜LS 보유 자사주 38만7365주(지분율 1.2%)다. 대한항공은 5년 내에 LS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 44만44주(지분율 0.66%)를 임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LS와 한진칼이 동일한 시기에 자사주 관련 이사회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는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가 꼽힌다.
호반그룹은 최근 ㈜LS 지분 3% 가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진칼 지분율 역시 17.44%에서 18.46%로 확대했다. LS의 경우 오너가 개개인의 지분율이 0~3%대인데다, 한진칼 역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9.96%)과 호반의 지분 차이가 약 1.5%p로 좁혀진 만큼 경영권 분쟁 우려가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LS그룹과 한진그룹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기반 강화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교환사채를 통해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을 갖는다. 의결권이 없었던 LS 자사주를 대한항공이 인수하게 되면 유사시 대한항공이 LS의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진칼의 자사주도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으로 의결권을 회복하게 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과 2대 주주와의 지분율 차이도 2%p 이상 벌어지게 됐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S의 대한항공 상대 교환사채 발행은 한진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영권 방어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당장 의결권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한진그룹이라는 전략적 파트너에게 향후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단순 채권 투자가 아니라 LS 주가 상승 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한 셈”이라며 “또 호반그룹 견제에 맞서 LS그룹이라는 동맹을 확보해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LS와 한진그룹은 동방 성장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 및 협업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주요 대기업인 LS와 한진의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의 돈으로 매수한 자사주를 지배권 방어에 사용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논평을 통해 “지배권 방어는 높은 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며 “한국의 자사주는 거버넌스 중 법과 회계의 불일치를 보여주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자사주는 지배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자사주 처분은 유상증자와 같은 성질인데 기부는 주식을 무상으로 공여하는 셈으로 한진칼의 자사주 출연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대한항공의 LS 교환사채 인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한항공의 LS 교환사채 인수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모회사 한진칼의 지배주주를 위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LS의 자기 주식 처분을 통한 지배권 방어 계획에 대해서도 “자사주를 우호지분에 활용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 훼손에 더 부합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기업의 자사주 운용 방식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 필요성도 재점화됐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LS 종목토론실 등에서는 “주주들 승낙 없이 교환사채 발행을 그냥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냐”, “경영권 강화 목적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은 시장교란 행위다”, “상법 개정해서 이런 회사가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 “LS가 상법 개정이 필요 이유 대표 기업이 될 것” 등의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던 상법 개정안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폐기됐지만, 대선 이후 더욱 강력하고 빠르게 재추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통한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 △자본·손익거래 등을 악용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 근절 등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향상을 위해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 환원을 제도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대권을 잡게 되면 상법 개정이 이전보다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재추진될 것이며, 다른 정당이 대권을 잡게 되더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든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