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그룹 회장. [출처=LS]
구자은 LS그룹 회장. [출처=LS]

LS와 한진칼이 잇따라 단행한 자사주 활용 결정이 '주주이익 침해'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경영권 방어라는 사적 목적에 회사 자산이 동원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채무상환 명목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한진칼의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교환사채의 기초자산은 LS가 보유한 자사주 38만7365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1.2%에 해당한다. 대한항공은 이 채권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아 실질적인 의결권 회복이 가능하다.

문제는 해당 자금의 실질 사용처다. 대한항공은 올해 5월 중 2000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해 채무상환에 나설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S의 교환사채를 인수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한항공의 자금이 그룹 지배주주의 방어를 위해 활용된다면 이는 회사와 전체 주주 이익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LS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32.11%를 보유하고 있지만, 구자은 회장 등 친인척 수십명이 지분을 쪼개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지배권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평가된다"며 "호반그룹이 LS 지분 약 3%를 보유하면서 LS가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회사의 재산인 자기주식을 우호지분에 활용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 훼손에 더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대한항공]

한진칼의 경우도 상황은 유사하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18.46%까지 늘리자, 한진칼은 지난 15일 보유 중인 자사주 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복지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사주를 우군에게 이전함으로써 의결권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지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협업이라는 명분 아래 자사주를 지배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업가치 훼손 행위"라며 "자사주는 회사의 현금, 즉 모든 주주의 자산으로 매입된 것이므로 지배주주의 이익에 활용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더 나아가 자사주를 금고주 형태로 보유하는 관행이 주가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제화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영 행태가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며, 해외 투자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현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주요 사외이사들이 이번 결정을 독립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일반주주들도 그동안 계속돼왔던 자사주를 통한 지배권 방어 행태를 비판하면서 자사주의 소각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자사주와 관련해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까지 강제할 경우 해외 사모펀드 등에 경영권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길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등이 향후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지만, 차기 정부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주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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