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남 영암군 KIC에서 열린 슈퍼레이스에 1만9000명의 관중이 움집했다. [출처=슈퍼레이스]
25일 전남 영암군 KIC에서 열린 슈퍼레이스에 1만9000명의 관중이 움집했다. [출처=슈퍼레이스]

5월 25일, 전라남도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 주변은 차량 행렬로 북적였다. 엔진음과 함께 피어오른 아스팔트의 열기 속에 1만9510명의 관중이 하나둘씩 관람석을 채웠다. 지난해보다 1300명 가까이 증가한 숫자는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한국 모터스포츠의 심장이 이곳에 뛰고 있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 ‘아시아 모터스포츠 카니발’ 우뚝…즐길거리 한가득

이번 슈퍼레이스 2라운드는 단순한 레이싱 경기를 넘어선 '축제'였다. ‘아시아 모터스포츠 카니발’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서킷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눈빛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반짝였고, 체험존과 이벤트 부스에는 이른 시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슈퍼레이스 관계자들은 경기장 입구에 몰린 인파를 두고 "KIC에서 이런 장면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특히 많았다. 카트 체험, 키즈 슬롯카 레이스, 페달카 레이스 같은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을 사로잡았고,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주말을 만끽했다.

25일 슈퍼레이스를 방문한 어린이가 카트 체험을 하고 있다. [출처=슈퍼레이스]
25일 슈퍼레이스를 방문한 어린이가 카트 체험을 하고 있다. [출처=슈퍼레이스]

정오 무렵, 푸드존은 그야말로 만원 사례였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줄을 선 관람객들 사이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명물은 ‘버스 트랙 투어’였다. 평소 들어갈 수 없는 실제 레이싱 트랙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이 프로그램은 인기 절정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그리드 워크’였다. 정오가 지나며 관람객들은 트랙 위로 입장했고, 드라이버들과 차량이 도열한 그리드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눴다. 경기 전의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 모터스포츠의 매력이 절정에 달했다.

관람객들은 슈퍼레이스 6000 클래스 드라이버와 함께 하는 ‘택시타임’도 놓치지 않았다. 드라이버가 직접 조수석 탑승자를 태우고 트랙을 도는 이 색다른 체험은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극한의 속도감을 전해줬다.

■ 6000클래스 주목받는 오네 레이싱 2위

이날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주인공은 CJ대한통운 프로레이싱팀인 '오네 레이싱'이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 결승에서 이정우가 포디엄에 올랐다. 서한GP 김중군도 3위로 주목 받았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예선에서 이창욱(금호SLM)은 Q2에서 2분 10초 540의 기록으로 자신이 보유한 KIC 레코드를 다시 썼다. 하지만 결승에선 윈도우 넷 미체결로 오렌지볼기를 받았고, 연료 부족까지 겹쳐 8위에 머물렀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의 패스티스트 랩은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초반엔 사고도 이어졌다. 노동기(금호SLM)와 장현진(서한GP)의 접촉으로 장현진이 스핀했고, 노동기는 5랩 만에 리타이어했다. 황진우는 노련한 운영으로 한때 선두에 올랐지만 5위로 경기를 마쳤다. 반면 이정우는 안정적인 주행으로 2위를, 김중군(서한GP)은 3위로 포디움에 올랐다. 정의철(서한GP)은 김중군을 추월했지만 푸싱 판정으로 5초 페널티를 받아 4위에 머물렀다.

6000클래스 외에도 다양한 클래스에서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GTA 클래스에선 정경훈(비트알엔디)이 시즌 첫 승을 거두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GTB에선 최지영(다이노케이)이 정상에 올랐다. 프리우스 PHEV 클래스에선 이율(레드콘 모터스포트)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알핀 클래스에선 김정수가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밖에 LiSTA M 클래스에선 박찬영(엠아이엠레이싱)이 시즌 첫 출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 6개국 드라이버들이 격돌한 래디컬 컵 아시아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슈퍼레이스 6000클래스 포디움에 오른 이정우(왼쪽부터) 박규승, 김중근이 축하하고 있다. [출처=슈퍼레이스]
슈퍼레이스 6000클래스 포디움에 오른 이정우(왼쪽부터) 박규승, 김중근이 축하하고 있다. [출처=슈퍼레이스]

■ 무궁무진한 '슈퍼레이스' 잠재력

모터스포츠는 한때 한국에서 '비주류'로 취급되던 종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 위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의 인기는 젊은 세대에게 모터스포츠의 세계를 친숙하게 소개했고, 유튜브와 SNS를 통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은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슈퍼레이스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단순히 서킷 위에서 벌어지는 레이스를 넘어, 산업과 관광, 문화와 콘텐츠가 융합된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역 경제에도 미치는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

지난 2006년 출범한 슈퍼레이스는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매년 노하우를 축적해온 조직은 올해 레이스 운영 방식과 클래스 구성, 규정 등에 있어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며 한층 더 진화한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는 주행거리를 기존 100km에서 최대 170km 이하로 늘렸다. 이로 인해 중간 급유가 필수 전략이 됐고, 피트 인 타이밍과 타이어 교체 여부가 레이스의 판도를 뒤흔드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전략 변화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며 관중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과거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모터스포츠가 생소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KIC를 가득 메운 엔진음과 환호성, 드라이버들의 집중력, 서킷을 돌며 두 눈에 담은 그 모든 풍경은 명확한 사실 하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한국 모터스포츠의 심장은 지금, 이곳에서 힘차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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