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임직원과 작별 인사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429_680204_054.jpg)
"원장님,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배려해주시고 잘 해 주셨습니다."(30대 금감원 직원)
"이복현 원장처럼 국가에 진심인 분이 계속 일을 하셔야하는데...안타깝네요"(50대 임원)
"임직원들과 인간적 교류를 안 했을까요. 부원장보만 하더라도 떠날 때 꽃다발이 넘치는게 인지상정인데, 누구 하나 원장께 환송 꽃다발을 자발적으로 주는 직원들이 없더군요"(50대 직원)
"떠나는 입장에서는 그간의 일들이 숙명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그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 내리기보다 시장과 조직 구성원이 내려야 겠지요"(50대 직원)
누군가 떠난 자리엔 그에 대한 평가가 잔향처럼 남는다. 잔향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떠난 자리엔 임직원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남았다.
근거리에서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본 직원과 성향이 다른 직원들에게선 극과 극의 진술이 나왔다. 전혀 관심 없다는 '무플'도 존재했다. 사견과 객관적인 평가가 공존하는 조직에서 이복현 원장을 표현하는 진실은 다양할 것이다.
기자는 다년간 기관장 이임식을 보아왔지만 미안함을 전하는 이임사는 처음이다. 5일 오전 이임식에서 이 원장은 그간 보여준 자신의 색채와 전혀 다른 언어를 꺼냈다. '사과'다. 그는 무엇에 대해 임직원들에 사과를 해야 했을까.
![[EBN 김남희 차장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429_680206_244.jpg)
그의 강한 리더십과 결단은 자주 조직을 흔들어댔다. 90%가 넘는 조직이 이동을 했고 어떤 인사는 어떤 해엔 6개월에 한번씩, 대체로 1년에 1번 이상 시행됐다. 여기서 누군가는 승진하고 다수는 보직에서 떠나야했다. 이 다수에게 이 원장은 경영평가 하락에 대한 사과 이후 두번째 사과를 내놓은 셈이다.
이날 이 원장은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은 선배님(국장급)들과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준 임직원에게 감사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이 원장은 “다양한 금융 이슈를 대하면서 제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꼈을 여러 관계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들께도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모두가 다 제 부족 탓”이라고 자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의 말이 직원들에게 얼마나 훈습됐을까. 낯선 사과에 대해 직원들의 평가는 저마다 다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은 이렇다.
A는 원장의 사과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 것 같다. 그는 "아무래도 이 원장의 인사 방향에 대해서는 '일자리 양보를 강요받은 선배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조직의 이해 부족이 존재했을 수 있다"고 했다.
A는 특히 이 원장의 '자유로움'이, 속박 받고 있는 금감원 직원들의 현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검사 이후 변호사를 할 수 있는 검찰 조직에 익숙해 있었던 이 원장은 취업제한을 중첩해 받는 금감원 임직원의 삶의 굴레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조직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B직원은 "퇴임에 이르러서야 떠나면서 내놓는 사과보다 평소 직원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노력을 했었다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퇴임한 한 직원은 "행정 관료나 내부 출신 기관장은 기존의 조직관례를 깨기 어렵고 한계가 있지만, 이복현 원장은 그런 얽매임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그 어떤 결단도 가능했다"고 바라봤다.
이 원장은 임기 내내 양극단의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감원장이자, 검찰 출신 첫 금감원장으로 주요 경제 현안과 위기에 민첩하게 뛰어들어 성과를 거뒀지만 시장 생태계에 관여하는 관치금융 절정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이 원장의 강력하고 자유로운 정체성이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결단을 내렸지만, 과도한 시장 개입과 정치적 행보로 금감원 전통을 해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듯 혁신과 변화는 창조와 파괴라는 야누스적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양극단의 모습이다. 취임기간 100회가 넘는 백브리핑으로 언론과의 소통의 자리는 중시했지만, 때로는 과도한 메시지로 금감원 역할 이상의 발언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없잖다.
반대로 원장은 직원들에겐 퇴임 때서야 마음을 전했다. 한 사람에게 10개에 가까운 페르소나(캐릭터)가 존재한다고 했던가. 재임 기간 언론만큼 직원과 소통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설적으로 양면의 야누스적 기질이 공존해야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라틴어 야누스는 로마 신화에서 처음과 끝, 시작과 변화, 이중성을 상징하는 신이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배터리는 양극재로 이뤄져 있다. 양극재는 야누스적 기질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성질을 지녔다. 양극재의 별칭도 야누스다. 이 구조는 양극 표면이 앞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신처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돼, 리튬 이온의 확산과 전하 전송을 주고받듯 효율적으로 돕는다. 야누스 안에 창조와 파괴가 공존하는 것이다.
이 원장은 임기를 끝냈고, 향후 또 다른 금감원장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선택할 금융당국 수장은 또 어떻게 금융정책과 규제를 이끌어갈까. 금감원 직원들은 3년마다, 그리고 정권마다 바뀌는 리더십에 대해 이미 익숙해 있다.
그럼에도 이복현 시대를 끝낸 금감원 임직원들의 표정에선 시원섭섭함이 묻어나 보였다. 정문에서 이 원장을 배웅하던 직원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금감원은 당분간 이세훈 수석부원장의 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금감원의 새로운 미래를 응원한다.
![지난달 28일 EBN과 만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출처=김남희 기자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429_680209_51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