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권영석 기자]
[출처=EBN 권영석 기자]

"아무리 수시채용이라지만, 인적성 검사까지 치른 상황에서 이메일로 전형 중단을 통보받은 사례는 없는 걸로 안다."

에쓰오일이 최근 신입사원 채용을 갑작스레 중단하면서 업계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인적성 검사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전형을 전면 중단한 것은 지원자들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채용은 지방 소매영업 직군을 대상으로 한 수시채용이다. 소매영업직은 판매 실적·주문 출하 관리, 신규 주유소 유치, 기존 거래처 유지 관리 등을 맡는 직군이다. 당초 해당 직군에 10명 내외의 소규모 선발을 계획중이었다고 한다. 채용 계획에 따라 지난달 4일 인적성 검사를 실시했고, 두 차례 면접을 거쳐 오는 7월 입사가 예정됐었다.

그러나 회사는 별도의 사전 안내 없이 이메일을 통해 일방적으로 채용 중단을 통보했다. 에쓰오일은 공식적으로 "경영환경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실적 악화"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실제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14억 원, 정유 부문에서 568억 원의 적자, 당기순손실 446억 원에 이르는 성적을 냈다. 매출은 9조원에 달했지만, 영업현금흐름은 8000억 원 수준에 그쳐 재무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에쓰오일은 해당 직군 외에도 전반적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나, 하반기 채용 재개 여부도 결정된 바 없다.

이번 수시채용 전형 진행 중 중단 사례는 국내 정유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가운데 전무하다. 특히 '인적성 검사 이후 전면 중단'은 정유업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전 산업계를 통틀어 대기업 채용 관행 전반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첫 사례인 셈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적 악화로 인한 비용 절감 이슈에서 그치지 않는다. 에쓰오일의 전형 중단은 정유업계가 처한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상징적 이슈였기 때문이다.

하필 에쓰오일이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도 이번 사태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Aramco Overseas Company B.V.)가 지분 63.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로 인해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국내 시장과의 시차와 온도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영 판단과 리스크 대응에서 본사와의 간극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지원자들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형을 준비했음에도, 회사는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 없이 "향후 신입사원 채용 시 이번에 서류 전형에 합격한 지원자에 한해 서류 전형을 생략한다"는 형식적 조치만 내놨다. 근본적인 신뢰 회복과는 거리가 먼 대응법이다.

기업은 불가피한 채용 중단 시에도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이를 테면, 채용 절차 중단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담은 '채용 취소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미리 공개할 필요가 있다.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안내하거나, 전사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인재는 기업의 미래다. 채용을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보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와 조직 안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일관된 인재 전략과 신뢰 회복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본다. 채용 중단은 실적 위기·악화의 해결책이 아니다. 단기 인건비 조정으로 돌파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경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정유업계가 직면한 위기와 외국계 지배구조의 그늘을 동시에 드러낸 이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경영은 더욱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깜깜이 중단'은 결코 해답이 아니다. 지금 기업이 보여줘야 할 것은 단기 실적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비전'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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