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도. 지난달 서울의 평균기온이다. 어느덧 절기상 가을을 알리는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히 밤낮없이 이어진 한여름의 열기를 기억한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27.1도로 집계돼, 20세기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1994년 7월(27.7도)에 이어 1973년 전국 기상관측망 확충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최고기온과 평균 최저기온은 각각 32.0도와 23.0도로 역대 2위와 3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폭염과 폭우가 잇따라 발생하는 기상이변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새로운 일상'이 됐다. 전 세계가 극심한 기후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가 교통 부문에서 발생하며, 그중 75% 이상이 도로 운송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친환경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 '전기차 전환'은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전기차 역시 생산과 충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IEA와 IPCC에 따르면 전 과정 평가(LCA) 기준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30~70%까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반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면 친환경성은 더욱 높아진다. 글로벌 기업들이 태양광·풍력 기반 초급속 충전소 투자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 기술력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며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고효율·고안전성 배터리 개발과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기반 충전 인프라 확장과도 맞물려 전기차 친환경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올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세계 소비자들은 연료비 절감과 기후위기 책임감에 힘입어 전기차 선택을 늘려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보급률은 여전히 낮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 자동차 84만6000대 중 전기차는 9만4000대로 11%에 불과하다. 반면, 배터리 강국으로 불리는 중국도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의하면 지난 3월 중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중 52%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였다.
이처럼 국내 보급률이 더딘 상황에서 전기차 확대에 대한 기업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곳이 있다.
SK이노베이션과 계열 자회사들이 임원 업무용 차량을 모두 국산 전기차로 전면 교체하며 '100% 임원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진이 업무용 차량을 내연기관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9' 또는 'eG80' 전기차로 갈아탄다.
SK온이 이 두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이번 전환은 전 산업계를 통틀어 매우 드문 사례다. 이러한 움직임은 SK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을 포함한 계열사 사옥에 전기차 충전시설과 안전시설도 대대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니, 실천 의지 또한 견고하다. 필자는 이를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와 기후 대응에서 상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렇듯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의 역할뿐 아니라 기업의 선택과 실천도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가 장기간 사용되는 소비재인 만큼, 전기차 전환은 가장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기후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폭염과 폭우가 일상이 된 지금,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전기차로의 전환은 개인·기업·정부 모두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이자 '책임'이며 미래 생존의 핵심 전략이 됐다.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함께 나설 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지금이 바로 '전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