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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끌어온 사법 족쇄가 마침내 풀렸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확정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이제 삼성의 미래 구상에 전면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삼성으로선 실로 10년에 가까운 공백을 청산한 셈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로 시작된 사법 리스크는 그룹 차원의 결정과 집행을 지연시켜왔다. 2020년 9월 시작된 이번 재판은 약 4년 10개월 만에 종결됐고, 이 회장은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를 받아냈다.
법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뉴 삼성' 전환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기도 했다.
주가 반등 이상의 의미도 있다. 그간 사법리스크 대응을 위해 보수적으로 유지해온 조직 구조, 투자 전략, 사업 확장은 전면적인 리디자인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이제야 진짜 '뉴 삼성'을 시작할 수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제 이 회장이 등기임원에 올라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책임 경영을 확실히 하고, 컨트롤타워를 빠르게 구축하려면 등기이사로서의 명확한 역할 부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생각해볼 대목도 있다. 이 회장은 이미 수년간 비등기임원 신분으로도 글로벌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실제 시스템반도체 투자, 2030년까지 450조 투자 계획, 글로벌 M&A 구상 등 핵심 의사결정은 늘 이 회장의 책임 하에 이뤄져 왔다.
중요한 건 직함이 아니라 '메시지'다. 삼성 안팎에서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내가 책임지고 끝까지 간다"는 이 회장의 단호한 선언이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히 투자하라"는 확신, "이제부터는 미래로만 간다"는 그 방향성 말이다.
등기이사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리더의 분명한 신호다. 타이밍은 절묘하다.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반등 시그널이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 AI 칩 'H20'의 공급을 재개하면서, 삼성전자는 4세대 HBM 메모리를 다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막혀있던 수출길이 다시 열리면서 약 1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충당금도 향후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엔비디아는 H20 공급을 재개하는 동시에, 규제 기준에 맞춰 사양을 조정한 신제품 'B40('RTX Pro)도 내놓을 계획이다. B40이 중국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다면, 삼성전자의 GDDR7 판매량이 급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법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해서 뉴 삼성이 저절로 시작되는 건 아니다. 방향을 정하고, 판을 짜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이 회장이 외친 '사즉생(死卽生)'이라는 구호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인 쇄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뉴 삼성은 2022년 이후 수차례 언급됐지만 실행은 지체돼 왔다. 그러나 이제 이 회장은 자유다. 선택지도, 움직일 공간도 넓어졌다.
이제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단기 실적보다 긴 호흡의 전략적 투자와 성과다. 사법 리스크로 10년을 잃어버린 삼성, 이제 미래 10년은 '초격차'로 응답해야 한다.
AI·로봇·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핵심축에서 뚜렷한 방향을 세워야,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초격차를 다시 쓴 2035년의 삼성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오롯이 이 회장의 손에 달려 있다. 법정의 판단은 끝났지만, 리더로서의 진짜 판단은 이제부터다. 2025년 7월, 뉴 삼성이라는 이름의 첫 페이지가 조용히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