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경영 철학을 재편하고 있다. [출처=오픈AI]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경영 철학을 재편하고 있다. [출처=오픈AI]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경영 철학을 재편하는 중이다. 과거 품질과 고객 경험 중심의 원칙을 고수하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저가 커피의 급성장 속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잇달아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최근 서울 명동 지역 두 매장에 처음으로 무인 주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이는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중시하던 브랜드 철학을 사실상 깨는 첫 시도다. 스타벅스는 오랜 기간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 서비스와 같이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방식으로 관계 중심의 경험을 강조해왔다.

이번 조치는 외국인 관광객이 밀집한 상권에서 언어 장벽을 해소하고 주문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향후 서울과 제주의 관광·오피스 상권 약 10곳에 키오스크를 추가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이미 진동벨 도입과 배달 서비스 확대 등 비대면 전략을 순차적으로 실험해왔으며 이번 키오스크 확산은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핸드드립 중심의 ‘슬로우 커피’ 철학으로 국내에 진출했던 블루보틀도 최근 행보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 진출 6년 만에 처음으로 배달의민족 입점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쿠팡이츠까지 진출하며 판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달 가능한 매장도 기존 5개에서 10개로 확대됐다.

‘직영 운영’과 ‘고품질 커피’를 고집해온 블루보틀이 배송 시간 15~20분 내 도착하는 속도 경쟁에 나선 것은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실제로 블루보틀은 사업 전개 초기 서울 성수동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잇달아 열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확보에 제동이 걸렸다. 매출은 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이 11억원에 달했다.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이 여전히 직영 운영 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캐나다 대표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과감히 가맹사업도 진행 중이다. 팀홀튼을 국내에 들여온 BKR은 당초 5년 내 150개 매장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직영 확장만으로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판단 아래 최근 가맹사업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달 초 인천 청라점이 개점 1년 만에 폐점되며 사업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일단 회사 측은 한국시장 비즈니스 자체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팀홀튼은 지난 2023년 12월 한국 1호점을 냈으며 올해 6월 기준 19개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달에도 3곳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들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경영 전략 변화는 커피 산업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에서 비롯됐다. 또 최근 국내 커피 시장은 경기 둔화와 함께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1000~2000원대 저가 커피 브랜드가 급성장하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수 자체도 과포화 시기를 거쳐 감소세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 수는 9만5337개로 전년 동기 대비 743곳이 줄었다. 이는 2018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나타난 감소세로, 경쟁 심화 속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조차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프리미엄 커피의 대표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수익성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4.6%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0%에서 2023년 4.8%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6.2%로 회복했지만 다시 5%대 이하로 하락 전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유연한 전략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제 ‘좋은 커피’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빠르고 편리한 소비 경험을 함께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된 만큼, 그간 고집해온 경영철학 대신 현재 몸담고 있는 현지시장 사정에 알맞은 새로운 경영전략을 유연하게 도입하는 게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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