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쿠팡 대표(왼쪽부터), 김광수 제때 사장, 박현수 11번가 대표이사 [출처=각 사]
박대준 쿠팡 대표(왼쪽부터), 김광수 제때 사장, 박현수 11번가 대표이사 [출처=각 사]

최근 유통업계에서 연말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들이 핵심 수장을 교체하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경영 기조 전환과 미래 성장 전략 강화를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기존 강한승·박대준 각자 대표 체제에서 박대준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박 대표는 그간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을 총괄해왔다.

이번 단독 대표 체제에서는 AI 물류 혁신과 전국 로켓배송 확장, 일자리 창출 등 핵심 전략을 직접 지휘하게 된다. 쿠팡은 이를 통해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 혁신과 수익구조 개선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경영전략실 내 인사 개편을 단행하면서 재정비에 나섰다. 김민규 부사장이 경영지원총괄을 내려놓고 전략지원본부장 역할에 집중한다. 이마트 아메리카 법인장 출신 김수완 전무가 새 경영지원총괄로 보임했다.

김 전무는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 전 분야를 경험한 ‘정통 신세계맨’이다. 그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체질 개선에 앞장설 예정이다. 공석이던 미국 법인장에는 박주상 미국 법인 인사팀장이 선임됐다.

이런 변화는 쿠팡, 신세계뿐만 아니다.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도 4월말 박현수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사업 재정비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은 5월 초 식품사업 부문 대표로 미국 출신의 그레고리 옙(Gregory Yep) 식품연구소장을 전격 발탁하면서 글로벌 전략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옙 대표는 글로벌 식품 연구개발(R&D) 전문가로 건강식품과 기능식품 개발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빙그레는 김광수 제때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빙그레는 오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전창원 현 빙그레 대표는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5년 빙그레에 입사한 김 신임 대표 내정자는 2015년부터 빙그레 물류 계열사인 제때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김 사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기 인사 시기를 벗어난 CEO·주요 임원 교체가 잇따르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유통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하면서 민간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비대면 소비 비중이 늘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률이 낮아지면서 전통 유통채널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했다. 이커머스의 시장 잠식, 인건비 상승, 공급망 리스크 등도 기업 경영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 흐름이 6월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 가능성 등 정치 일정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기조 변화에 따라 규제나 정책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책 대응력이 뛰어난 인물을 선제적으로 배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위축과 유통 구조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지금은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갖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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