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SK그룹]

최태원 SK 회장이 '사회적 가치 거래 방안'을 제안했다. 사회적 가치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해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윤과 혁신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19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에서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 경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과 사회적 기업 간의 협력,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보상하는 새로운 시장 시스템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개회 연설에서 "선한 의지만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사회적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에 대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시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SK가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실증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모델을 바탕으로, 사회성과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 보고서 '가치의 재정의: 성과기반금융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로'는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이 함께 작성한 것으로, 사회성과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자는 최초의 글로벌 제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해당 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크레딧(Credit)'으로 발행하고, 이 크레딧은 정부 세액공제, 민간 거래, 투자상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될 수 있다. 이른바 '사회적 가치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교환될 수 있다면, 시장은 더욱 활발히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이윤 창출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실현하는 경제 모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안은 SK가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화폐로 측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10년간 약 500개의 국내 사회적 기업이 참여해 총 5000억원 규모의 사회성과를 창출했으며, SK는 이들에게 총 70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이 모델은 2025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보고서로 정리돼 글로벌 사회에 처음 소개됐고, 이번 총회를 통해 한층 발전된 개념으로 발표된 것이다.

한편 이번 슈왑재단 총회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렸다. 개회식은 힐데 슈왑 재단 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됐고, 글로벌 사회혁신가 200여 명과 국내 사회적 기업가 50여 명이 다양한 세션에 참여한다.

첫날에는 대한상의 ERT, SK, CJ 등 국내외 기업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고, 마지막 날인 오는 21일에는 사회적가치연구원, 아산나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등이 참여하는 ‘한국 사회혁신 생태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슈왑재단 프랑수아 보니치 사무총장은 "한국은 지난 10년간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성장시켜 왔다”며 “서울 개최는 글로벌 학습의 장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이미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들이 성과기반보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며 “SK의 SPC는 민간 주도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는 사회문제를 해결한 기업이 시장에서 투자받고,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연구와 실증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공동서문에서 "이 제안은 글로벌 경제의 근본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라며 "지속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해 제도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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