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출처=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올 하반기 국내 주요 산업의 흐름이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 산업은 비교적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 반면, 철강·자동차·석유화학·배터리·섬유패션·기계·건설업 등은 전반적인 수요 둔화와 대외 리스크로 침체가 우려된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하반기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AI 인프라 확대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변화,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정책 등이 업종별 희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AI 수요로 '맑음'

반도체 산업은 AI 서버 확산과 국가별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에 따라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출이 견조할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신형 IT기기 출시도 수요 증가 요인이다. 이에 따라 산업 기상도는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관세 예고와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은 주요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디스플레이 역시 '대체로 맑음'이다. 저전력 LTPO 기술이 적용된 AI 스마트폰 출시에 힘입어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6.5% 증가한 10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LTPO는 일반 OLED보다 단가가 2.5~3배 높아 수익성에도 긍정적이다. 반면 LCD는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생산량이 1.5% 감소할 전망이다.

■조선·바이오 '맑음' 유지…트럼프 정책 수혜 기대

조선업은 미국의 LNG 프로젝트 확대,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 재건 의지와 더불어 새정부의 ‘조선업 미래발전 5대 전략’이 맞물리며 ‘맑음’ 전망을 받았다. 미국 내에서만 최대 105척의 LNG선 발주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의 존스법 폐지 논의도 글로벌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상반기에 전년 대비 28.6% 증가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미국 약가인하 정책과 바이오시밀러 허가완화 기조에 힘입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생물보안법 재추진도 한국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의약품에 대한 관세 조치 가능성은 유의해야 할 변수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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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자동차·배터리·기계·건설 등 대부분 '흐림'

철강업은 미국의 50% 고율관세와 중국의 저가 공세, 전방산업 침체까지 겹쳐 ‘흐림’이 예상된다. 수출 감소뿐 아니라 아세안 등 대체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철강재 생산량은 2025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후퇴했다.

자동차 산업은 관세 영향으로 미국 내 신차 가격 상승,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5.5% 감소한 124.3만 대로 추산된다. 반면 금리 인하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으로 내수는 다소 증가할 수 있다.

배터리 산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 확산으로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 특히 EU 시장에서는 중국 배터리 점유율이 60%를 초과해 한국 기업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내 'OBBB'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이 제약되며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섬유패션업은 국산 범용소재의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중소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진다. 다만 아라미드 등 고부가 산업용 섬유와 한한령 해제에 따른 K-패션 수요 회복은 긍정 요인이다.

일반기계 산업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투자심리 위축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5.8% 감소할 전망이다. 중동발 플랜트 수요, 새정부 경기부양책이 소폭의 반등 여지를 남긴다.

건설업은 신정부 출범에 따라 SOC 확대와 철도사업 본격화가 기대되나, 4월까지 누적 수주액이 53.2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다. 특히 대형 토목공사 지연으로 관련 수주는 42.2%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산업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의 저가공세 등으로 주요 산업이 어려운 국면이지만, 새 정부의 규제개혁과 경기부양 정책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해묵은 구조개혁 과제 해결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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