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대표 [출처=LG그룹]
구광모 LG그룹 대표 [출처=LG그룹]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와 진입 장벽이 있는 사업에 자본과 실행력을 집중해야 한다."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취임 7주년을 맞은 가운데, 그간의 경영 행보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뚜렷한 키워드로 정리되고 있다.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2018년 5월 LG호(號) 선장을 맡은 그는 지난 7년 동안 외형 확장보다는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으며 '고객 중심' 철학을 진화시켜왔다.

30일 재계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G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2018년 123조원에서 올해(2025년) 186조원으로 약 63조원 증가했다.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비핵심 사업 정리와 미래 기술 집중 투자로 실질 내실을 키운 7년이었다. LG그룹은 29일 별도 공식 행사 없이 조용한 기념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LG전자 연료전지·모바일 사업, LG디스플레이 조명 OLED, LG화학 편광판 등 비주력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왔다. 

최근에는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접었다. 2022년 시작해 완속·급속 제품을 출시했지만, EV 시장의 캐즘 장기화와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ES사업본부의 역량을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 등 HVAC(냉난방공조)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LG화학도 수처리 필터 사업부를 1조4000억원에 매각한다. 해당 사업의 2024년 매출은 2220억원, 자산은 3770억원으로 전체 매출 및 자산의 0.4% 미만 수준이다. 앞서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을 위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가파른 경기 침체와 급속한 산업지형 변화 속 LG그룹은 기술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는 분석이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다'며 선택과 집중을 골자로 한 LG식 비상경영을 공식화했다.

당시 그는 "경영환경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 우리의 사업구조 변화는 따라가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와 진입 장벽이 있는 사업에 자본과 실행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도 같은 원칙에 따라 구조를 재정비하겠다고도 했다. 

경쟁자의 추격을 벗어날 신산업은 선제적으로 키우고, 수익성이 악화된 레드오션 사업은 정밀 점검하라는 메시지다. 앞으로 구광모식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한층 과감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광모 LG그룹 대표(왼쪽 세 번째)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LG]
구광모 LG그룹 대표(왼쪽 세 번째)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LG]

구 대표는 이달 초 동남아 최대 잠재시장인 인도네시아를 찾아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 대표는 자카르타에 위치한 LG전자 판매법인에서 현지 경영진과 구성원을 만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의 시장 트렌드와 사업 현황을 점검한 뒤 "현재의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올해 그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거론하며 LG가 꿈꾸는 미래 모습도 구체화했다.

구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지금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며 "AI, 바이오, 클린 테크 등 미래분야에서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미래 성장 기반을 견고히 다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배터리 같은 산업은 미래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장과 기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공정기술 등에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 대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 중 조 단위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이달 LG디스플레이는 OLED 생산설비에 1조26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발표했다. 투자 기간은 2027년 6월까지이며, 약 7000억원이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 집중된다. 업계에선 이를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시장은 2024년 약 76조원에서 2028년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차세대 OLED 신기술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는 사업을 데이터와 전략에 기반해 결정하는 스타일로 알고 있다"며 "LG는 앞으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한층 더 고도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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