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종희 KB금융 회장[출처=KB금융]
▶ 양종희 KB금융 회장[출처=KB금융]

KB금융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계획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우량주로 꼽히며 올해도 강력한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과 정부 규제 강화 가능성, 부동산 관련 건전성 우려 등은 단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KB금융의 밸류에이션 매력과 주주환원 강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주가는 지난 4일 기준 1개월간 12.10% 상승했다. 4일 장 중에는 11만7900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KB금융 주가는 지난해 연간 53.23%나 뛴 이후 올해 들어서도 35.22%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KB금융 주가가 2020년 -8.92% 2021년 26.73%, 2022년 -11.82%, 2023년 11.55%의 등락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강세는 이례적이다.

지난해부터 KB금융에 투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정책 영향이다. 정부는 저평가되고 있는 주식들의 가치가 정상화되면 한국 대표지수의 레벨 자체도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일본이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 효율성 개선을 요구하면서 니케이225 지수가 약 10년 만에 2.5배 상승하는 효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를 독려하기 시작했고 KB금융은 대표적인 저PBR 종목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게 됐다. PBR은 주가가 1주당 장부가치 대비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1배 미만인 종목은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낮아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KB금융은 2023년 연간 4조526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등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으나 2022년~2023년 PBR이 0.37~0.38배에 불과할 정도로 오랜기간 저평가가 이어져왔다.

금융지주 중에서도 총자산, 자기자본 등 가장 큰 외형을 갖추고 있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으로 다각화돼 있는 KB금융은 밸류업 정책에 발 맞춰 국내 상장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하며 저평가 해소를 위한 노력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KB금융은 본질적인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제고를 통한 수익창출 역량 강화 등에 나서며 ROE 10% 이상, 자본효율성과 수익성을 감안한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 관리를 통해 연중 보통주자본(CET1)비율 13% 중반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연말 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응하는 금액을 다음 연도 현금배당,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연중 축적되는 이익을 통해 하반기 CET1비율 13.5%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응하는 금액에 대해 추가 주주환원을 실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 같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바탕으로 KB금융은 지난해 CET1비율 13% 초과 자본을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CET1비율 13% 초과 자본인 1조7600억원 중 1조2400억원을 현금배당하기로 했으며 5200억원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하기로 했다.

여기에 KB금융은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4월 현금 배당을 1000억원 더 추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도 3000억원 확대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노력에 힘입어 KB금융의 PBR은 현재 0.7배를 넘어섰다.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KB금융의 연결 순이익 예상치는 분기 최대 실적과 유사한 1조6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상반기에만 3조3000억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치 달성이 예상된다.

KB금융의 1분기 말 CET1비율은 13.7%로 마감됐는데 2분기 말 역시 13.7%를 상회하고 환율 영향까지 고려하면 13.8%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기존 CET1비율 13.7%에 순익은 48bp 상승요인,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각각 9bp, 10bp 하락 요인”이라며 “RWA 증가 -22bp에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 22bp를 더할 시 CET1 비율은 13.5% 기준 49bp 가량 순증이 예상돼 하반기 예상배당총액 6700억원을 제할 시 최소 1조원 이상의 추가 주주환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 CET1 비율은 환율 영향을 배제해도 13.7%를 상회해 하반기 중 약 7000억원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이 가능해지며, 이 경우 올해 예상 총주주환원율은 51.5%로 50%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율 50% 이상은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선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KB금융은 국내 대표 은행주로서 국내 은행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이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1개월 KB금융의 주가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107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견인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규모는 2조6000억원을 넘는다. 국회에서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정부에서도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KB금융 역시 외국인의 견조한 유입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PBR 컨센서스가 0.7배에 못 미치는 정도라는 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출처= KB금융]
[출처= KB금융]

물론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주가는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상법 개정안 다음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정책은 배당 분리과세다. 현재 발의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은 배당성향 35% 이상 기업들에게 종합과세에서 분리과세를 허용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KB금융의 배당성향은 해당 기준에 못 미치는 데다 외국인 지분율이 78%에 달하는 만큼 배당 분리과세 수혜 기대감은 다른 배당주 대비 덜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위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부담이다. 정부는 은행의 주담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약 15%인 위험가중치 하한을 25%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증권에 따르면 이 경우 KB금융의 RWA는 1분기 말 대비 4.2% 늘어나고 CET1비율도 0.55%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이 CET1비율 13% 초과분에 대해 주주환원을 하고 있는 만큼 위험가중치 하한선 상향시 주주환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채권 발생 증가에 따라 축은행, 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일부 자회사의 건전성 관리부담이 늘어난 상황으로 충당금적립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려보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기대감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혁진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은 매우 우수한 시장지위, 차주별·업종별로 분산된 여신포트폴리오, 견고한 수신기반 등을 바탕으로 금리 및 영업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말 환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과도한 주주환원 기대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재의 잉여 자본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ROE 개선 및 주주환원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주장 장부가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KB금융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재차 높아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도 “KB금융이 올해 주주환원율 50%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주주환원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당장 50% 달성 여부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올해 달성을 못한다면 바로 다음 기에 50%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 투자 시 주주환원 강화의 수혜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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