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식품·유통업계의 먹거리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이번 대규모 할인 행사는 단기적 체감 물가 완화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가격 인상 후 세일 반복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벤트성 세일 중심의 물가 안정은 오히려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유통구조 투명화 및 가격 공시 제도 등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모습.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69856_685354_5942.jpg)
정부가 여름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겠다며 식품·유통업계와 손잡고 최대 50% 할인 행사를 추진했지만 단발성 ‘세일 마케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격 정상화나 원가 구조 개선 등 핵심 해법은 빠진 채 ‘라면·김치 세일’에 기대는 방식이 반복되며 소비자 신뢰를 되레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7~8월 두 달간 라면·김치·커피·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위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친다. 할인 폭은 일부 품목에 한해 최대 50%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4.6%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2.4%)을 2배 가까이 웃돌았다. 초콜릿(20.4%)과 김치(14.2%), 커피(12.4%) 등 생활밀착형 품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가격 억제나 공공적 조정이 아닌 ‘단기 소비 유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김치 가격을 올린 뒤 다시 할인하는 ‘기준가 장난’이 반복되고 있다”며 “체감가 안정 효과보다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심, 오뚜기, 팔도 등은 이미 올 상반기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할인 기준이 되는 ‘정상가’ 자체가 인상된 상태라는 점에서 소비자는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
SPC가 운영하는 일부 제빵 품목, 김치 대기업, 커피 브랜드들도 비슷한 할인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또 기업 자율 참여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실상은 암묵적인 참여 압박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구조적 개혁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업계에서는 유통마진 공개, 원가 연동제 도입 등 근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라면 원가 공개나 유통단계별 마진 조정 없이 진행되는 단기 세일은 근본적 물가 안정과는 무관한 이벤트”라며 “오히려 정가 인상에 대한 명분 쌓기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도 품목별 할인 폭은 제각각이다. 오뚜기는 라면 1+1, 팔도는 최대 50% 할인, SPC는 제과·제빵류 10~50%, CJ와 대상 등은 김치 온라인몰 할인 등을 실시한다.
행사가격, 채널, 기간도 업체마다 달라 소비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민관 협력형 물가 안정 모델’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지속 방안이나 사후 평가 체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설, 추석 등 특정 시즌마다 반복되는 ‘쇼핑 축제’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물가 대응이 소비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할인 폭이 아닌 ‘정가 기준’에 대한 공론화와 함께 공급망 투명성, 물가 구조에 대한 공공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