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더 코델코 엘 테니엔테' 구리 광산 모습.[출처=연합]
칠레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더 코델코 엘 테니엔테' 구리 광산 모습.[출처=연합]

미국 정부가 수입 구리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구리값이 급등하고, 관련 산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구리 가격 상승이 매출 증대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불안과 시장 위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와 관련한 포고문에 서명할 예정이며, 발효 시점은 7월 말 또는 8월 1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이미 종료된 구리 수입 조사를 바탕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시행된다. 이 법은 특정 수입 품목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으로, 과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에도 적용된 바 있다.

구리 관세 발표 이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한때 17%까지 급등하며 파운드당 5.685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하루 상승률 기준으로 1989년 이후 최고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구리 수입에서 한국산 비중은 3.5%로 낮은 수준이지만, 구리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산업 전반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선업계는 구리값 변동을 판매 가격에 연동시키는 '에스컬레이터 조항'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구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전자업계의 경우, 미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하는 데 직접 관세는 없지만, 원자재 조달과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전력기기 업계에서는 변압기 수출에 대한 타격을 경계하고 있다. 변압기에는 대당 5∼10톤가량의 구리가 들어가며, 관세로 인해 최종 제품 가격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에 타격이 예상된다.

증시에서는 구리 가격 상승을 반영해 관련 종목들이 동반 상승했다. 9일 KBI메탈은 약 3% 상승하며 2065원, LS는 3.47% 오른 19만600원에 거래됐다. 대한전선도 1.65% 오른 1만601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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