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출처=네이버]](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1013_686741_1931.jpeg)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의무 소각하는 법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네이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자사주를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지분 맞교환 방법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지분율이 5%도 되지 않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며 잠재적 경영권 방어 수단 역할도 해왔다. 그러나 자사주 의무 소각법이 시행되면 이 방법은 주주가치 제고와 이해상충을 빚기 때문에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
2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지난 15일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3년 이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의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소각 기한은 차이가 있다. 김남근 의원은 취득 후 1년 이내, 차 의원은 6개월로 설정했다.
1분기 말 기준 네이버는 발행주식의 5.77%에 해당하는 913만8491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950만7708주의 자사주가 있었는데, 이 중 3.88%(36만9222주)를 임직원 스톡옵션 등 보상으로 지급하면서 보유 수량이 줄었다.
네이버는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안으로 꾸준히 활용해 왔다. 임직원 보상을 위한 자사주 보유는 현재까지 발의된 자사주 의무 소각법에 예외적으로 허용돼, 법이 시행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제휴사와 자사주 맞교환하며 혈맹…기존 주주 의결권 희석
임직원 보상과 함께 네이버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사주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지분 맞교환 방법으로 활용해 왔다. 지난 2021년 네이버는 이마트·신세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네이버 주식 38만9106주(지분율0.24%), 신세계는 25만9404주(0.16%)를 보유하게 됐다.
2020년에는 CJ그룹과 6000억원대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주식 104만7120주(0.64%)를 3000억원에 취득했고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도 각각 1500억원 규모의 네이버 주식을 매입했다.
2017년에는 당시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주식 1.71%를 취득했다.
이들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피를 섞은 것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이커머스 상품 라인업, 입점 업체를 확대하고 배송 경쟁력과 콘텐츠 사업 강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자사주 의무 소각법이 시행되면 자사주 맞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법의 취지와 이해가 충돌하게 된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타법인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면 타법인이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는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을 희석시켜 주주 권리를 약화시키는 셈이다.
혈맹 맺은 제휴사, 이해진 창업자 우호지분으로 분류
또한 네이버와 자사주를 맞교환한 기업들은 이해진 창업자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돼 왔다. 올해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 창업자의 지분율은 3.77%밖에 되지 않는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16%), 2대주주 블랙록 펀드(6.05%)와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기업들의 지분을 더하면 이 창업자의 지분율은 7%를 넘어선다. 국가 기관인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사주 의무 소각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방법의 경영권 방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는 교환·매각해 백기사를 확보하거나 우리사주로 전환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자사주 소각 시 발행주식 수가 줄면서 최대주주 지분율도 늘긴 하지만 기존보다 지배력은 감소할 수 있다. 매입 자사주 소각 이후 최대주주 및 관계인의 지배력이 1/3에 미달할 경우 행동주의펀드, 경영권 분쟁에 노출될 수 있어 경영권 강화를 위한 최대주주 주식 매수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