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네이버 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가 이해진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복귀 이후 타법인 지분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헬스케어·커머스 사업에 중점을 둔 투자로 이 의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분야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미래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으로 플랫폼 산업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커머스·검색·콘텐츠 등 주요 사업의 AI 활용도를 높이고 AI 기술·서비스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 의장 복귀 이후 5개의 타법인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는 지난 5일 일본 콘텐츠 플랫폼 노트에 20억엔(약 187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약 7.9%를 확보하고 사업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네이버는 노트의 2대주주로 등극했다. 

노트는 이용자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글·이미지·음성·동영상 등의 콘텐츠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가입 이용자 수는 1052만명, 누적 콘텐츠는 6400만건에 달한다. 

네이버는 이번 투자로 노트의 다양한 콘텐츠에 AI를 접목해 창작 도구와 콘텐츠 발굴·유통을 고도화하고, AI 검색·버티컬(특화) 에이전트 등 신규 서비스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체성분분석기로 잘 알려진 '인바디'의 자사주 114만5875주를 약 325억원에 취득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인바디 지분 8.5%를 확보하고 4대주주로 올라섰다. 

네이버는 이번 투자로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바디는 네이버를 처분 상대방으로 선정한 사유에 대해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 협력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인바디는 전체 매출 중 81%가 해외에서 나온다. 최근 미국 동부,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법인을 잇따라 설립하며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앞서 지난 8월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제이앤피메디에 투자한 바 있다. 

네이버는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의장은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기에 앞서 지난 3월 21일 서울대병원과 함께 주최한 포럼에서 "네이버가 의료 AI 쪽에 투자하는 건 진심"이라며 "앞으로 AI라는 시대에 네이버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산업을 끌고 나갈지 고민 끝에 여기에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핵심 캐시카우인 커머스 사업의 투자도 늘리고 있다. 올해 9월 컬리의 초기 투자자로부터 컬리의 구주(이미 발행된 주식) 일부를 인수했다. 네이버는 지분 투자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이번 컬리 지분 인수에 500억~6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컬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9월 초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온라인 프리미엄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쇼핑 부문의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돼온 신선식품 강화를 도모한다. 또한 컬리의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이 합류하면서 네이버의 새벽배송 범위를 수도권의 약 80% 지역까지 넓히게 됐다. 

또한 네이버는 올해 8월 스페인 당근마켓 '왈라팝'의 지분 추가 취득을 통한 경영권 인수를 결정했다.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를 투입해 왈라팝 지분 약 70.5%을 추가 매입한다. 지분 취득이 완료되면 네이버는 왈라팝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이번 지분 인수금액까지 더하면 왈라팝 인수에 총 9035억원을 들이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23년 인수를 완료한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인수·합병(M&A)인 포시마크 이후 최대 규모다. 네이버는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약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네이버가 포시마크에 이어 왈라팝까지 인수한 것은 개인간 거래(C2C)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의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올해 6월 미국 현지 투자 법인 '네이버벤처스'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국내에선 스마트스토어로, 일본에선 라인·야후를 통해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고 미국 포시마크 인수, 스페인 왈라팝 투자 등도 했다"며 "C2C는 하나의 중요한 사업방향"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 의장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두나무는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된다. 

네이버가 두나무를 인수하기 위해선 각종 규제와 심사, 주주 설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합병이 완료되면 네이버 사상 최대의 빅딜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두나무를 품게 되면 플랫폼·인터넷 기업을 넘어 거대 금융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이 완료되면 네이버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중심으로 금융 투자·가상 자산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충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발판으로 대출 등 신사업에 진출해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이 여러 번 강조해왔던 데이터, AI 주권과 C2C 사업의 중요성이 지분 투자에 반영됐다고 본다"며 "유사한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신성장동력으로 스테이블 코인 사업이 대두되고 있어 유동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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