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출처=EBN]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출처=EBN]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전체 D램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창출하며 본격적인 실적 고공행진에 나섰다. 시장 수요와 가격 측면 모두에서 우위를 점한 HBM 제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를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익의 중심에는 HBM이 있다. 전체 D램 출하량 중 HBM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수익 기여도는 절반 이상으로 추정된다. 단가가 일반 D램보다 최소 4배 이상 높은 데다, 최근 비중을 키우고 있는 HBM3E 12단 제품은 HBM3E 8단보다도 50%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출하 비중이 올해 2분기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연간 영업이익 37조원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 지위도 HBM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트렌드포스, 카운터포인트 등 주요 조사기관은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1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미만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그 격차를 더욱 벌렸을 것이란 평가다.

HBM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관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중단됐던 엔비디아의 중국용 AI칩 'H20' 공급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가 다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특히 H20e에 들어가는 HBM3E 8단을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출 통제 이전 SK하이닉스가 H20e용 HBM3E 8단을 약 70만 개 공급했으며, 이미 확보된 재고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수출 재개 시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공급 요청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HBM 물량을 올해 이미 완판한 데 이어 내년 물량도 대부분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에는 HBM4 12단 양산을 목표로 고객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브로드컴, 아마존 등 신규 고객 확보에 따라 생산능력(CAPA) 확대도 추진 중이다.

HBM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SK하이닉스는 향후 몇 년간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단가 하락과 시장 과열 우려도 존재하지만, 고부가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과 고객 다변화가 이 같은 리스크를 상쇄할 전망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단순한 '메모리 기업'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는 'AI 메모리 전문기업'으로의 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