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 한 젖소 농가.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349_688310_300.jpg)
기록적인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국내 원유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등 주요 유업체에 따르면 최근 하루 평균 집유량이 평소보다 5~10% 줄어들었고 생크림 등 소비기한이 짧은 유제품의 공급 차질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27일 "국내 원유 생산량이 고온다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평년 대비 5~1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젖소는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 기온이 27도를 넘기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32도 이상에서는 원유 생산량이 최대 20%까지 급감한다. 특히 국내 낙농업의 중심 품종인 홀스타인종은 고온에 취약해,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최근 하루 평균 집유량이 기존 1,900톤에서 100톤 가까이 감소했다"며 "특히 생크림은 흰우유나 가공유보다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공급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우유는 현재 전체 생크림 수요의 70% 수준만을 공급하고 있다.
한편 우유 소비량 감소는 이번 원유 공급 충격의 여파를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낙농진흥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30.1kg으로, 2020년(31.8kg) 대비 5.3%, 2014년(32.5kg) 대비 7.4% 감소했다.
이 같은 소비 부진은 분유 재고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가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업체의 분유 재고량은 지난 6월 말 기준 1만3,001톤으로,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82%나 늘었다. 일반적으로 우유 판매가 부진할 경우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우유 대신 전지·탈지분유로 전환해 재고를 비축하기 때문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폭염으로 원유 생산량은 줄었지만, 이미 소비량이 줄어든 상태라 가격이나 시장 공급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문제는 수요 위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산 우유에 대해 무관세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업체의 재고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기후 변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폭염 당시에도 서울우유는 1.8L 흰우유의 편의점 공급을 일시 중단했으며, 매일유업도 일부 제품 공급량을 줄인 바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어, 젖소의 고온 스트레스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유 생산과정의 기후 민감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입 멸균우유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올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45%나 급증하며 국내산 우유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유업계는 생산 구조와 소비 구조 양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매일유업은 최근 생크림과 휘핑크림 등의 출고가를 5~9% 인상했다. 원유 가격 외에도 설탕, 포장재, 제조 경비 등 부자재 가격 상승이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됐다. 이는 폭염으로 촉발된 원유 공급 불안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생산량 감소에 따른 품귀 현상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고온 스트레스 대응을 위한 축사 시설 개선, 사료 공급 체계 혁신 등 기후 변화에 맞춘 농가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