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7093_682103_015.jpg)
내년 한미·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상 유제품 관세 전면 철폐를 앞두고 국내 유업 산업이 붕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상 주요 유업체들은 매출이 신장됐지만 그 이면에는 음용 우유 수요 급감, 생산기반 약화, 가격경쟁력 붕괴라는 3중 악재가 짙게 깔렸다.
19일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제품 소비량은 전년 대비 4.4% 줄었다. 이 중 분유 시장은 4년 새 절반 가까이(46%) 축소됐다.
유당불내증 보유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며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식물성 대체 음료 확대 등 다층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유, 오트 음료 등 비유제품군은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유제품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우유는 무겁고 비싸며 속이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구조적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 1월 충남권 4개 집유조합과 원유 계약 물량을 17% 감축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측은 “조율된 수치에 불과할 뿐, 실질 피해는 25%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기준 원유 생산 농가는 4200호 수준이며, 매년 100~200호가 줄고 있다. 후계자 단절, 사료비 폭등, 환경규제 강화로 농가의 영속성이 떨어지고 있다. 조정 가능한 감산이 아니라 복구 불가능한 폐업이 이어지며 원유 수급 자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2026년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도 전면 철폐된다.
현재 국내 우유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2.49달러로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가격 차는 곧 경쟁력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도 치즈, 요거트, 멸균우유 등 가공유 제품군에서 수입산 점유율은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 중이다. 유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까지 수입산에 잠식당하는 순간 국내 시장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국산 원유의 저비용 생산체계 구축, 유통 효율화, 소비 확대를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은 A2+ 우유, 식물성·단백질 음료, 프리미엄 발효유 등으로 대응 중이지만 수요 기반이 줄어드는 내수 시장에서 이 전략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캠페인이 아니라 생태계 구조 전반을 재설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