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지난달 17일 근로자가 사망한 한솔제지 신탄진공장 사고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출처= 고용노동부]](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901_690072_325.jpeg)
정부가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불법 하도급·재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손질에 나선다. 단속 결과와 감사원 지적에서 불법 하도급이 중대재해와 직결된 사례가 잇따르자,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끊겠다는 방침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 무분별한 재하도급을 근절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제도 개선을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하도급은 엄격한 조건하에 허용되지만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올해 상반기 전국 1607개 건설현장을 점검한 결과, 167개 현장에서 52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고, 이 중 불법 하도급이 197건(37.9%)으로 가장 많았다. 감사원 감사(2022년)에서도 중대재해의 상당수가 불법 하도급과 무자격 시공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우선 ‘적격수급인 선정’ 의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1조에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할 능력이 있는 사업주에게 도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가이드라인 수준인 현행 지침을 하위 법령에 반영하거나 내용을 세분화해 안전보건관리 역량을 갖춘 업체만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의 원청 책임도 강화한다. 현재 원청은 계상된 범위 내에서 하청에 위험도 등을 고려해 산안비를 지급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이 때문에 정작 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하청 근로자가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했다. 노동부는 실태조사와 연구를 거쳐 원청이 일정 비율 이상 산안비를 의무 계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표준 하도급 계약서도 원청 책임 강화 방향으로 개정한다. 공공부문 위험작업(밀폐공간 작업 등)은 안전조치가 가능한 사업주만 수행할 수 있도록 입찰·계약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이번 대책은 인천 맨홀 사고 등 반복되는 재하도급 참사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해당 사고에서는 발주처가 ‘재하도급 금지’를 명시했지만, 수주업체가 재하도급을 주었고, 결국 재하도급 현장에서 2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