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출처=구글맵 캡처]](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994_690201_1159.png)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한 정부의 결정이 또 미뤄지면서 허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국의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안보' 이슈로 미국은 '무역·통상' 이슈로 접근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8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이하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국가기본도에 대한 국외 반출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앞서 협의체는 지난 5월 14일 회의에서 구글의 요청에 대한 처리 기한을 60일 연장한 바 있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후로 유보하면서 공을 새 정부로 넘긴 것이다.
이번에 또 결정을 연장하면서 처리 기한은 60일 뒤인 10월 초로 미뤄지게 됐다. 오는 25일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결정을 유보했다.
국토부는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에 따른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구글이 기한 연장을 원했다고 이번 연장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난달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 사항을 비롯해 국방비 문제, 안보 이슈 등이 조율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결정을 미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진행된 청와대 브리핑에서 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고정밀 지도 등은 제일 일찍 논의한 분야인데 통상 위주로 급진전하며 그것은 우리가 방어한 것"이라며 "이는 별개 이슈로 이번 협상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쪽에 대한 추가적 양보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안보 등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안보 현안으로 분류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07년과 2016년에도 정부에 5000대 1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두 차례 모두 허가받지 못했다. 국가 안보 우려와 특혜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9년 만에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또 신청한 구글은 협의체 회의에 앞서 정부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위성 사진에서 중요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지만 정부의 요구 조건에는 못 미친다.
정부는 구글에 △지도에서 보안시설을 블러(blur·가림)·위장·저해상도 처리 △좌표 삭제 △보안시설 노출 시 바로 시정 조치할 수 있도록 국내에 서버 설치 등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수용한다면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글은 국내 서버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에 물리적 시설을 둘 경우 세금 문제와 정부의 관리·감독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는 172억원에 그쳤다. 이는 네이버가 작년 낸 법인세 3902억원의 4.4%밖에 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994_690202_136.png)
반면에 미국은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통상 문제로 보고 압박하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는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의 제한이 디지털 분야 장벽으로 꼽혔다.
미국의 산업계 등도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제한이 부당한 조치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하고 있다. 미국세제개혁(ATR) 등 '친(親) 트럼프' 성향의 미국 보수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미국 기업에는 76억달러(약 10조6000억원) 규모의 한국 위치 기반 서비스 시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며 "'보안 우려'를 이유로 엄격한 데이터 현지화 요건을 마련함으로써 더욱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요청에 대한 정부의 결론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지만 안보와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단독으로 다뤄질 수도 있고 통상 이슈와 맞물려서 다뤄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면서도 "앞서 대통령실에서 이 문제를 통상보단 안보 문제로 생각한다고 했으니 안보 문제로 잘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서버 설치 등 정부의 요구 조건을 다른 업체들은 다 지키고 있는데 구글만 안 지키고 있다"며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