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미래산업부 기자. 
이경은 미래산업부 기자.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둘러싼 정부와 구글의 샅바 싸움이 새 국면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을 등에 업고 지도의 국외 반출을 요청하던 구글에 이어 애플도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요청했는데, 구글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16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게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애플은 지난 2023년 2월에도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애플은 정부의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유연하게 수용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이 하는 대로 보안시설에 블러 처리, 저해상도 처리를 하고 지도 데이터로 SK 티맵을 쓰겠다고 신청했다. 

나아가 애플은 구글과 달리 서버를 국내에 두고 있다. 정부는 지도 반출 심사를 할 때 국내에 서버가 있어야 보안 시설 노출 시, 바로 시정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버 위치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러한 애플의 입장은 구글과는 완전 딴판이다. 구글은 2월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국내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는데 정부 요구 사항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에 표시된 국내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고 저해상도로 해상도를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구글은 정부에 보안시설 좌표값을 요구하고 있다. 보안시설이 어딘지 알려면 좌표값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에 모든 보안시설 좌표값을 주는 것은 특정 기업에 국가 보안시설 위치를 다 알려주는 것이다. 안될 말이다. 

또한 구글은 애플과 달리 국내에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지 않다. 구글은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위치가 보안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진짜 이유는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IT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구글은 국내에서 포털 사이트 구글뿐만 아니라 유튜브, 구글클라우드 등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172억원의 법인세를 내는 데 그쳤다. 구글코리아가 작년 매출을 3868억원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 데이터센터 등 물리적 시설을 두지 않고 수익을 해외로 돌린다는 논란을 빚어왔다. 

반면에 애플코리아는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 1일~2024년 9월 30일) 매출 7조8376억원을 올렸고 825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구글코리아의 4.8배에 달하는 세금을 냈다. 

정부는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요청에 오는 8월 11일까지, 애플의 요청에는 9월 중으로 답해야 한다. 미국이 고율 관세 정책과 함께 지도 반출 문제를 디지털 비관세 장벽으로 콕 집어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구글과 달리 정부의 요구 조건을 상당 부분 수용할 뜻을 내비치면서 이재명 정부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진짜 정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 애플에 지도를 안 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미국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딴죽을 걸고 있는 지도를 애플에 주고 정부는 이를 대미 관세 협상 카드와 명분으로 쓸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지도를 줬으니 우리도 원하는 걸 요구하면 된다. 또한 원칙에 따라 애플에는 지도를 줬으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구글에는 줄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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