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당선이 확실시되던 4일 오전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5190_679924_4723.png)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출범한 새 정부에서 미국이 디지털 분야 무역장벽으로 꼽은 현안들이 대미 관세 협상 카드로 쓰일지 주목된다. 특히, 구글의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문제를 지난달 미국이 '개선 요구 사항'으로 직접 거론함에 따라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고정밀 국가기본도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한 수용 여부를 오는 8월 11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달 14일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요청에 대한 처리 기한을 기존 5월 15일에서 8월 11일로 연장했다. 공을 차기 정부로 넘긴 것이다.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 정보 해외 반출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주체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다. 국토부와 함께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원, 행정안전부가 참여한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 이재명 정부가 이를 대미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 정책을 펴며 우리나라에는 상호관세 25% 부과 방침을 밝혔다.
앞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 '줄라이 패키지'(7월 포괄합의)를 도출하자고 합의했다.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전체 산업과 현안을 검토해 관세 협상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 20∼22일 열린 한미 2차 기술 협의에서 미국은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에 걸친 개선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디지털 교역 분야의 개선 요구 사항으로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문제가 거론됐다.
구글은 지난 2월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07년과 2016년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두 차례 모두 허가를 받지 못했다. 국가 안보 우려와 특혜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구글이 9년 만에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재신청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는 고율 관세 정책을 펴며 각종 현안을 조사해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4월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는 디지털 분야 장벽으로 △(개인정보 등) 데이터 현지화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국가핵심기술의 역외 클라우드 사용 제한 등이 꼽혔다.
이중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요청이 한미 정부 간 관세 협의 테이블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진 것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구글의 요청이 수용될 경우 위성 사진을 지도에 같이 제공하는 구글 지도 특성상, 군사 기지·안보 시설 등 국방 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은 전례가 없는 일로 수용될 경우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부가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허용한 사례는 없다.
또한 업계에서는 구글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자율주행·공간 산업 등 미래 첨단산업의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강한 자본력과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해당 산업에 진출하면 관련 중소기업·스타트업이 경쟁에서 뒤처지고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