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 화면. [출처=구글맵 캡처]
구글맵 화면. [출처=구글맵 캡처]

우리나라와 미국이 오는 7월 8일까지 관세 협의를 마무리하기로 한 가운데,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와 망 사용료 부과 문제가 대미 협상 카드로 쓰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28일 공개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비관세 장벽 관련 불만에 대해 "개선할 수 있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의 협력적 협상을 통해 상호 윈윈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구글에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관계부처 간 지도 반출 허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는 디지털 분야 장벽으로 △(개인정보 등) 데이터 현지화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 △망 사용료△공공 정보통신장비 암호화 알고리즘 요건 △공공 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 △데이터 현지화 △온라인 플랫폼 규제 △국가핵심기술의 역외 클라우드 사용 제한 등이 꼽혔다.

이중 망 사용료 문제는 한국 인터넷 공급자와 해외 콘텐츠 공급자 간의 해묵은 갈등 거리다. 국회에 해외 콘텐츠 공급자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주요 사업자의 일평균 국내 트래픽 비중은 구글이 30.55%, 넷플릭스가 6.94%, 메타 5.06% 등이다.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CP)가 국내 인터넷망 트래픽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망 사용료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 넷플릭스 등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제공자들이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 NTE 보고서에는 한국 인터넷 공급자도 콘텐츠 공급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구글은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 있는 5000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정부가 이를 허용할 경우 구글은 해당 지도를 자사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구글은 2만5000대 1 축적의 지도 데이터에 항공사진, 위성사진 등을 결합해 한국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2007년,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두 번 모두 허가받지 못했다. 국가 안보 우려와 특혜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서는 구글의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지도·공간 기반·내비게이션 관련 스타트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과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를 토대로 관련 산업에 진출하면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서면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지금 갖고 있는 지도만으로도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지도 서비스를 충분히 할 수 있고 관광객들의 길 찾기를 지원할 수 있는데, 고정밀 지도를 계속 요구하는 건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다"며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데 구글이 자율주행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자율주행 산업 진출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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