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당 가격 하락에도 국내 가공식품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설당 가격 하락에도 국내 가공식품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국제 설탕 가격 하락과 국내 제당업계의 B2B(기업간 거래)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 전반의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곡물·사료 가격 상승 압박이 설탕값 인하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어서다.

12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설탕값은 내려갔지만 곡물가격은 연쇄 상승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하락, 전년 동월 대비 13.6% 급락했다. 인도·태국의 생산량 증가 전망과 브라질 주요 재배지역의 기상 호조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 회복 가능성이 조기 반영된 결과다. 

국내에서도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지난달부터 평균 4%대 B2B 설탕 가격 인하에 나서 제과·음료 등 일부 품목의 원가 부담을 완화했다.

그러나 곡물 시장은 반대 흐름이다. FAO는 2024~25년 세계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0.3% 감소하는 반면 소비는 1.0% 증가, 기말 재고는 1.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품목별로 보면 쌀은 생산(1.5%)과 재고(3.1%)가 모두 증가해 국내 가격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지만 원화 약세나 물류비 상승 시 수입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밀은 생산(0.7%)과 재고(0.6%)가 소폭 늘고 소비는 정체돼 단기적으로 안정 가능성이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상황 등 지정학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특히 사료용 비중이 큰 잡곡 생산이 1.5% 감소하고 재고가 6.7% 급감할 전망이어서 국제 가격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료비 인상은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며 이는 유제품·육가공품 등 가공식품 전반의 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구조는 국내 물가와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친다. 사료용 잡곡 가격 상승은 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유제품·육가공품 등 가공식품 전반의 연쇄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옥수수·대두박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축산·양계업은 원화 약세와 맞물릴 경우 원가 부담이 더 커진다. 가공식품 업계의 경우 원재료비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할지 여부가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유지류와 육류 가격도 오름세다. 7월 FAO 유지류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7.1% 상승했고, 육류 가격지수 역시 1.2% 올랐다. 곡물·유지류·육류의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 라면, 빵, 과자, 유제품 등 곡물·축산물 원료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인하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결국 설탕값 하락은 일부 품목에서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줄 수 있으나, 전방위적으로 퍼져 있는 곡물·사료·축산물 가격 상승 압박이 더 크고 지속성이 강해 전체 가공식품 물가를 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 모두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관계자는 "정부는 해외 곡물 선물계약 확대, 비축 물량 확보, 환율 안정 대책을 병행해야 하고 기업은 원재료 다변화와 장기계약 비중 확대, 가격전가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농가 역시 사료 자급률 제고와 대체 곡물 재배 확대를 통해 공급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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