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3일 서울 광화문 써머셋호텔 1층에 위치한 정통 이탈리안 다이닝 레스토랑 ‘더키친 일뽀르노’에서 특별한 피자 품평회가 열렸다. [출처=이재아 기자]
2025년 8월 13일 서울 광화문 써머셋호텔 1층에 위치한 정통 이탈리안 다이닝 레스토랑 ‘더키친 일뽀르노’에서 특별한 피자 품평회가 열렸다. [출처=이재아 기자]

13일 서울 광화문 써머셋호텔 1층에 위치한 정통 이탈리안 다이닝 레스토랑 ‘더키친 일뽀르노’에서 특별한 피자 품평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매일유업의 외식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브랜드 ‘더키친 일뽀르노’의 대표 메뉴를 직접 시식할 수 있는 자리로, 이탈리아 본고장의 맛을 재현한 두 가지 피자 ‘로사’와 ‘지오반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더키친 일뽀르노’는 이탈리아어로 화덕을 뜻하는 ‘Forno’에서 이름을 따온 브랜드로, 정통 나폴리 스타일의 화덕 피자와 그릴 요리를 주력으로 선보이고 있다. 엠즈씨드는 2009년 ‘살바토레 쿠모오’를 통해 한국 나폴리 퀴진의 1세대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5월 ‘더키친 일뽀르노’ 브랜드를 론칭했다. 10여 년간 축적된 기술과 이탈리아 본토의 조리 철학이 담긴 이 브랜드는 현재 광화문점을 포함해 고급 이탈리안 다이닝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리나라 피자, 지오반니 피자, 로사 피자. [출처=이재아 기자]
(왼쪽부터) 마리나라 피자, 지오반니 피자, 로사 피자. [출처=이재아 기자]

이번 품평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로사 피자’와 ‘지오반니 피자’였다. 지오반니 피자는 더키친 일뽀르노의 피자 총괄 셰프 오태식이 직접 개발한 시그니처 메뉴다. 오 셰프는 2024년 나폴리 피자 세계 챔피언십 S.T.G(마르게리따) 부문에서 준우승을 거둔 바 있으며, 현재 APN Corea(나폴리피자 장인 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오반니는 그의 이탈리아식 이름으로, 모르타델라 햄과 피스타치오 페스토와 진한 치즈 풍미가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또 첫 입에 느껴지는 피스타치오의 고소함과 모르타델라의 부드러운 짠맛은 풍부하고 균형 잡힌 맛을 전하는 데 도움을 줬다.

로사 피자는 더키친 일뽀르노의 김소정 피자 이올로가 개발한 메뉴로, 2025년 카푸토컵 APN 나폴리 피자 국내 챔피언십 클라시카(Classica·창작) 부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작품이다.

‘로사’라는 이름은 그녀의 이탈리아식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창의적인 재료 조합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 즐겨먹는 판첸타 햄과 알감자, 레드 페퍼드롭, 로즈마리의 조화가 돋보이는 이 피자는 짭짤함과 은은한 향, 부드러운 식감들이 절묘하게 균형 잡혀 있었다.

행사는 오태식 셰프의 메뉴 설명으로 시작됐다. 그는 각 피자의 개발 배경과 재료 선정, 재료의 조화, 메뉴 개발 의도, 조리 방식 등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정통 이탈리안 조리법을 고수하면서도 재료의 배합과 맛의 구조에 집중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설명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로사와 지오반니 피자를 직접 시식하며 메뉴의 풍미를 체험했다.

품평회가 열린 광화문점은 현재 뷔페형 운영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탈리안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은 로사 피자와 지오반니 피자를 중심으로 시식이 이뤄졌으며, 추가로 2~3가지 메인 메뉴는 개별 주문 형식으로 제공됐다. 그 외 샐러드와 디저트, 음료는 자유롭게 뷔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특히 더키친 일뽀르노가 보유한 화이트와인 ‘펄리셔’와 함께한 피자 페어링은 한층 풍성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날을 위해 총 4병의 펄리셔 와인이 매장에 비치됐으며, 참석자 요청에 따라 1~2병이 개봉돼 제공됐다.

오태식 셰프가 피자를 만드는 모습. [출처=이재아 기자]
오태식 셰프가 피자를 만드는 모습. [출처=이재아 기자]

이번 품평회는 단순한 신메뉴 시식 자리를 넘어, 한국 내 정통 나폴리 피자 문화의 저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엠즈씨드는 앞으로도 이탈리아 전통 조리법을 기반으로 한 창작 메뉴 개발과 품질 높은 식재료 사용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더키친 일뽀르노는 ‘이탈리아 본고장의 맛을 서울에서 그대로’라는 철학을 지키며, 고급 이탈리안 다이닝의 정수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이날 행사 참석자 중 한 명은 “나폴리 피자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자리였다. 특히 재료 간의 조화와 텍스처, 조리의 정교함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정통성과 창의성의 균형이 뛰어난 메뉴 구성”이라며 “단순한 맛의 구현을 넘어 피자를 통해 이탈리아 정통 식문화의 깊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키친 일뽀르노는 이번 품평회를 기점으로 다양한 정통 나폴리 스타일 메뉴를 정기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깊은 풍미와 한국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맛의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며 서울을 대표하는 이탈리안 다이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태식 셰프. [출처=이재아 기자]
오태식 셰프. [출처=이재아 기자]

다음은 오태식 셰프와의 일문일답.

Q. 참가하신 나폴리 피자 대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제가 참가한 대회는 ‘나폴리 피자 세계 챔피언십 대회’로 저는 2024년 참가해 S.T.G 부문에서 준우승을 했습니다. STG는 ‘Specialità Tradizionale Garantita’의 약자로, 이탈리아 전통 피자의 정통성을 평가하는 부문입니다. 이 부문에서는 마르게리따와 마리나 두 가지 피자만 심사하는데, 기본기와 전통 레시피의 완성도를 보죠. 재작년에 한국인 셰프가 처음으로 우승했고, 저는 그 다음 해에 입상한 것입니다. 아시아 전체로 봐도 STG 부문 입상은 네 번째 기록이었고, 일본 셰프들이 두 번 우승한 바 있습니다.

Q. 참가 규모와 분위기는 어땠나요?

A. 대회에는 매년 700명 이상이 참가합니다. 피자 분야별로 13개의 부문이 있는데, STG는 그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이고 권위 있는 분야죠. 현장에서 전 세계 피자 장인들이 모여 서로의 기술과 철학을 공유하는 열기가 대단합니다. 작년의 경우 카프토라는 이탈리아 밀가루 회사의 100주년 기념이 겹쳤던 시즌이었어요. 워낙 이탈리아 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해라 ‘아시아인은 수상이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수상하게 돼 상당히 영광이었습니다.

Q. 대회 운영 방식은 어떻게 되며, 심사 기준은 무엇인가요?

A. 보통 아시아 국가 하루, 유럽 국가 하루 이런 방식으로 나눠 3~4일간 진행합니다. 순서가 늦으면 재료 상태에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저는 새벽에도 반죽을 쳐서 컨디션을 최대한 일정하게 맞추려고 애썼습니다. 심사는 단순히 맛만 보는 게 아닙니다.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통 제조 방식의 충실한 재현이 중요합니다. 심사위원은 전원 이탈리아인이고, 피자 셰프뿐 아니라 미슐랭 셰프, 유명 요리사, 식품 관계자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Q. 출전 자격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APN(Associazione Pizzaiuoli Napoletani, 나폴리 피자 장인 협회) 회원이어야 하고, 협회에서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번에 제가 한국지사 부회장으로 공식 추인받았고, 한국 대회를 매년 4월 개최해 심사를 진행합니다.

Q.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1990년생이고, 요리 경력은 16년입니다. 원래 운동선수였지만 십자인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고 이후 살바토레 브랜드를 알게 됐고 “피자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부모님은 "3개월도 못 버틸 것"이라고 하셨는데, 오기로 버텨 10년을 했습니다. 스승님은 당시 살바토레 한국 총괄 셰프였던 강우석 셰프님입니다.

Q. 방송이나 요리 경연 프로그램 출연 계획이 있나요?

A. 방송보다는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 피자를 맛있게 드시는 순간이 더 좋습니다. 방송에 나가면 인지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정작 손님이 왔을 때 제가 부재중이면 레스토랑 운영에 대한 제 철학과 맞지 않습니다.

Q. 하루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A. 오전 10시쯤 매장에 출근해 전날 숙성된 반죽 상태를 확인합니다. 반죽은 도우컨디셔너라는 냉장 장비에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실온에 두면 발효가 급격히 진행돼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18도로 맞춰 두고, 사용할 때는 25도 정도로 조절합니다. 오후에는 점심 서비스, 이후 반죽 작업, 저녁 준비 순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Q. 피자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A. “나갈까 말까 할 때는 나가지 말자”입니다. 피자의 모양, 밸런스, 치즈 상태 등 어느 하나라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부팔라 치즈는 오버쿠킹되면 노르스름해지는데, 그러면 절대 내보내지 않습니다. 도우의 컨디션도 중요합니다. 이탈리아 음식은 재료의 신선함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도우의 숙성도과 식감은 피자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Q. 앞으로의 대회 계획은?

A. 부회장 직책으로 당분간은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없지만, 언젠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피자 엑스포’의 나폴리 부문에 나가고 싶습니다.

Q. 앞으로 주목할 피자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A.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컨템포러리 피자’가 곧 한국에서도 붐이 올 것입니다. 빵이 크고 소화가 잘 되는 현대적인 스타일로, 전통 나폴리 피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피자는 무엇인가요?

A. 마리나라입니다.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 심플한 피자인데, 마르게리따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부들이 바다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던 피자로, 저는 이 피자를 더 많은 한국 분들이 접해보셨으면 합니다.

Q. 앞으로 선보일 메뉴는?

A. 마리나라 피자를 더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피자=치즈’라는 인식이 강해 처음엔 거부감이 있지만, 한번 맛보면 매력을 느끼게 될 거라 믿습니다.

Q. 셰프님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제 꿈은 나폴리 피자가 한국에서 중국 자장면처럼 대중적으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지금은 한국 사람들이 한 달에 두 번 피자를 먹으면 많다고 하는데, 저는 일주일에 두 번은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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