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 [출처=이재아 기자]

[전북 고창=이재아 기자] 11월 중순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은 가을 햇살 아래 여느 때처럼 분주했다. 김장철을 맞아 열린 ‘김장페스티벌’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참여해 배추에 속을 정성껏 채워넣고 있었고, 동물농장에서는 아이들이 염소와 양에게 먹이를 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농원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자연과 사람, 농업과 관광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활기찼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상하농원은 생산부터 체험, 유통, 숙박까지 농촌의 모든 과정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국내 대표 6차 산업 모델이다. 건강한 먹거리, 지역 상생,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이 농원은 도시민에게는 색다른 여행지이자 지역 농가에게는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 [출처=이재아 기자]

전라북도 고창군의 청정 자연을 배경으로 조성된 3만5000평 규모의 농촌 체험형 테마파크 상하농원. 2008년 첫 삽을 뜬 후 8년간의 준비 끝에 2016년 문을 연 이곳은 농림축산식품부, 고창군, 매일유업이 공동 투자한 민관 협력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짓다·놀다·먹다’라는 슬로건 아래 건강한 먹거리의 가치를 도시민에게 체험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하농원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6차 산업’을 체험형 콘텐츠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농업(1차), 제조(2차), 서비스(3차)를 융합한 6차 산업 모델은 생산부터 체험, 판매, 관광까지 모든 과정이 한 곳에서 순환되도록 설계됐다.

상하농원의 잼·햄·소시지·치즈·발효식품 등은 공방에서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소량 생산하며 유리창 너머로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출처=이재아 기자]

핵심 콘텐츠는 크게 △식료품 공방 △체험교실 △로컬푸드 판매하는 파머스마켓 및 농원상회 △레스토랑 및 카페 △자연 교감 동물농장 △호텔·스파·수목원 등으로 구성된다. 먼저 잼·햄·소시지·치즈·발효식품 등은 공방에서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소량 생산하며 유리창 너머로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과일공방에서는 깐깐하게 엄선된 과일로 만든 수제 잼, 청 등 수제 과일 가공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상하농원은 스페인산 황동솥에서 졸여낸 무보존료 수제 잼을 농원 및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도 판매하고 있다.

상하농원 카스텔라는 공방장이 상하농원 계란을 활용해 매일 새로운 반죽을 빚은 뒤 국내산 아카시아꿀로 편백나무 틀에 구워낸다. [출처=이재아 기자]

카스텔라 공방은 촉촉한 계란빵 향으로 방문객을 유혹했다. 제품에는 인공색소와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으며, 공방장이 상하농원 계란을 활용해 매일 새로운 반죽을 빚은 뒤 국내산 아카시아꿀로 편백나무 틀에 구워낸다.

발효공방에서는 고창산 콩과 천일염으로 빚은 3년 숙성된 된장이 전통 장맛의 깊이를 전했다. [출처=이재아 기자]

발효공방에서는 고창산 콩과 천일염으로 빚은 3년 숙성된 된장이 전통 장맛의 깊이를 전했다. 이외에도 저온압착 방식으로 참기름을 만드는 참기름 공방과 보존료와 인공첨가물 없이 국내산 1A등급 원유를 사용한 치즈공방도 운영되고 있었다.

파머스마켓과 농원상회에선 고창 농가가 재배한 식재료와 상하농원에서 가공한 제품을 판매한다. [출처=이재아 기자]

파머스마켓과 농원상회에선 고창 농가가 재배한 식재료와 상하농원에서 가공한 제품을 판매한다. 상하농원은 전북 도내 100여개 농가 및 조합과 협력해 연간 75억원 규모의 농축산물을 매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창 지역 농가와의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상생 구조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농업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의의가 크다.

김장 페스티벌은 상하농원이 운영하는 겨울철 대표 체험 콘텐츠다. [출처=이재아 기자]

김장 페스티벌은 겨울철 대표 체험 콘텐츠다. 김장 체험장에 들어서자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고창산 베타배추가 눈에 띄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배추는 결이 곱고 단단했으며 상하농원 발효공방의 특제 육수와 고창 갯벌 천일염, 해풍 맞은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은 풍미가 깊고 자극적이지 않아 김치의 본맛을 살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체험에 사용된 모든 재료는 100% 고창산이다.

김장 페스티벌은 상하농원이 운영하는 겨울철 대표 체험 콘텐츠다. [출처=이재아 기자]

이날 체험장에서 직접 만든 김치는 정성껏 포장돼 상품처럼 제공됐다. 김장을 마친 가족들이 체험장을 나서며 서로의 김치를 비교하는 모습은 마치 겨울맞이 잔칫날을 떠올리게 했다. 이 김치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상하농원의 프리미엄 김치 상품으로도 판매된다. 체험비는 1인당 6만9000원(5kg 기준)이며, 김장 패키지와 숙박이 결합된 스페셜 패키지(27만~32만원)도 마련돼 체류형 여행객에게 인기다.

상하농원 동물농장에서는 면양, 송아지, 미니돼지, 젖소 등이 자유롭게 어울리며 지내고 있었다. [출처=이재아 기자]

동물 교감 프로그램도 상하농원만의 자랑이다. 동물농장에서는 면양, 송아지, 미니돼지, 젖소 등이 자유롭게 어울리며 지내고 있었다. 특히 젖소와 송아지에게 우유를 직접 먹여보는 체험은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경험으로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수목원은 상하농원의 가장 최근 콘텐츠다. 기자는 ‘고인돌 숲 정원’을 따라 걷다가 서해가 보이는 전망대에 올랐다. 팽나무 정원과 치유의 숲으로 구성된 약 1만5000평 규모의 상하수목원은 단풍과 식생, 조형미가 조화롭게 배치돼 있어 여유로운 산책과 사색을 가능하게 한다. 총 14만2000 그루의 식물이 사계절 자연 치유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여름에는 수박 빨리 먹기, 가을에는 유령 대소동 스탬프 투어, 겨울엔 김장 체험, 봄에는 딸기 따기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출처=이재아 기자]

또 상하농원은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여름에는 수박 빨리 먹기, 가을에는 유령 대소동 스탬프 투어, 겨울엔 김장 체험, 봄에는 딸기 따기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음악·맥주·책을 주제로 한 문화행사도 함께 열리며 ‘문화가 있는 농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체류형 관광 인프라도 지속 확장 중이다. 2018년 개관한 호텔 ‘파머스빌리지’는 41개 객실과 연회장·세미나실을 갖췄고, 2020년엔 대형 야외수영장과 숲 속 힐링 스파를 선보였다. 수영장은 국제규격 50m 길이의 대형풀과 유아용 달팽이풀로 구성돼 있으며 스파는 제철 허브 아로마탕과 노천탕으로 구성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2021년부터는 글램핑 시설도 운영 중이다.

상하농원은 체류형 관광 인프라를 지속 확장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글램핑 시설도 운영 중이다. [출처=이재아 기자]

방문객 수도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2023년 140만명, 2024년 158만명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7월 말 기준 167만명을 넘어서며 연말까지 178만명 돌파가 유력하다.

이러한 성장세는 생산·체험·휴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콘텐츠 구조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일궈낸 결과며, 6차 산업의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하면서 농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상하농원 관계자는 “상하농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의 생산부터 가공·판매·체험·휴식까지를 잇는 순환 생태계며, 지역 상생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써 운영 철학은 변함없다”며 “앞으로도 계절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농촌의 가치를 도시민과 나누는 콘텐츠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