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시장은 저출산이라는 사회 구조적 압박에도 불구, ‘한 아이에게 집중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적 사례다. [출처=오픈 AI]
이유식 시장은 저출산이라는 사회 구조적 압박에도 불구, ‘한 아이에게 집중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적 사례다. [출처=오픈 AI]

저출산 기조 속에서도 이유식 시장만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직접 이유식을 만들 여력이 없는 맞벌이 부모가 늘고, “한 아이에겐 최고 품질을”이라는 가치 소비 심리가 더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유식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식품업계는 이를 ‘출산율과 무관한 성장 산업’으로 규정하며 경쟁 구도를 넓히고 있다.

22일 식품업계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 간편식 시장은 지난 2015년 68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1670억원, 2022년 253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3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3300억원 이상이 예상되는 등 불과 10년 만에 5배 성장이라는 이례적 성적표다.

저출산 시대에 영유아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맞벌이 가구 확대와 한 자녀 집중 소비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맞벌이 가구 비중은 2015년 44.2%에서 지난해 48.0%로 늘었고 특히 30대 가구는 61.5%에 달했다. 부모 세대의 시간적 여유 부족이 ‘이유식 외주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워킹맘 박모씨는 “직장 다니면서 아기 이유식을 하루 세끼 챙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차라리 믿을 수 있는 브랜드에서 정기배송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급격히 성장한 시장을 두고 현재 식품업계는 치열한 점유율 경쟁에 돌입했다.

국내 이유식 브랜드는 현재 50여 개. 10년 전 15개 수준에서 3배 넘게 늘었다. 루솔, 베베쿡, 베이비본죽이 시장을 이끌고 있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대기업도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베이비본죽은 2018년 160여 종이던 메뉴를 이달 기준 666종으로 확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6%에 달하며, 회원 수도 41만명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모기업 ‘본죽’의 인지도까지 결합해 ‘프리미엄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6~15개월 전용 이유식 10종, 15개월 이상용 3종을 운영하며 세분화 전략을 취하며 남양유업은 ‘아이꼬야’ 동결건조 이유식으로 시장에 진출해 현재 월령별 맞춤형 38종을 판매 중이다. 이 밖에 풀무원도 영유아 간편식 브랜드 확장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브랜드 전쟁 속에서 식품기업들이 차별화를 꾀하는 핵심 무기는 ‘품질’과 ‘서비스’다.

이유식은 아기가 분유 이후 처음 접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원재료 산지, 신선도, 무첨가 원칙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HACCP(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갖추고, 알레르기 유발 성분 배제와 식단 다변화에 공을 들인다.

여기에 배송 혁신도 시장의 핵심 키워드다. 맞벌이 가정 수요를 겨냥해 새벽배송·정기배송·플랜형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배송일·지역·메뉴·단계까지 소비자가 직접 고를 수 있는 ‘식단 플래너형’ 서비스도 도입됐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30대 아빠 이인표씨는 “매일 아기 식단을 고민할 필요 없이 일주일치 식단이 정해져 도착하니 육아 부담이 줄었다”며 “무엇보다 매번 다른 메뉴가 와서 아이도 거부감이 덜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식품업체들은 품질과 안전성은 물론, 고객 경험과 서비스 차별화까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루솔은 농장에서 직접 공수한 원재료를 강조하며, 베베쿡은 데이터 기반의 식단 추천 시스템을 통해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베이비본죽은 ‘한 끼 한 메뉴’ 원칙으로 다양성을 강화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유식은 구매 주기가 뚜렷한 상품으로 한번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 최소 1~2년은 정기 주문이 이어진다”며 “특히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입소문 마케팅’이 브랜드 경쟁력에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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