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아동 수는 줄었지만 관련 소비는 되레 늘고 있다. 부모들이 한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골드 키즈(Gold Kids)’ 현상이 확산되면서 유아·아동 패션·용품 시장은 불황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오픈 AI]
저출산으로 아동 수는 줄었지만 관련 소비는 되레 늘고 있다. 부모들이 한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골드 키즈(Gold Kids)’ 현상이 확산되면서 유아·아동 패션·용품 시장은 불황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오픈 AI]

저출산 시대에도 아동 관련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아이 수가 줄면서 “한 명에게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골드 키즈(Gold Kids)’ 현상이 강화되며 유아·아동 패션·용품 시장이 역성장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구 감소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줄어든 숫자가 오히려 더 큰 지출을 불러일으키며 하나의 산업군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통계청과 UN WPP에 따르면, 한국의 0~14세 인구 비중은 지난 2010년대 초반 16%에서 2024년 10.6%로 줄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아동 산업은 위축돼야 하지만 소비 현장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난다.

2023년 기준 현대백화점 아동·유아 매출은 전년 대비 33.7%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16.2%, 롯데백화점은 10% 증가했다. 특히 백화점 유아동관은 성인 명품관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며 ‘리틀 럭셔리 존’으로 재편되고 있다.

프리미엄 유모차 시장도 두각을 나타낸다. 부가부·스토케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가격이 100만~200만원대를 훌쩍 넘지만 강남·분당 등 주요 상권에선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안전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잡은 프리미엄 제품은 사실상 필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출 집중’ 흐름은 패션업계의 제품 전략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은 앞다퉈 키즈 라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휠라·MLB·뉴발란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패밀리 룩’ 콘셉트를 내세우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입는 스타일을 제안한다. 이는 가족 단위 외출, 여행,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에 적합해 젊은 부모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구찌·버버리·몽클레르 등은 아동복 전용 라인을 잇따라 출시하며 ‘럭셔리 키즈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일부 아동 코트·다운점퍼는 성인 제품 가격과 맞먹거나 더 비싼 경우도 있다.

국내 토종 브랜드 블루독과 아가방앤컴퍼니는 중저가와 프리미엄 라인을 병행하며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특히 블루독은 매 시즌 아트워크와 협업한 디자인을 선보여 ‘디자인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키즈 패션은 유행 주기가 짧아 지속 구매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사진 촬영과 SNS 노출이 생활화되면서 부모들이 아이 옷에 더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게 됐다”고 밝혔다.

패션을 넘어 유모차·카시트·액세서리 등 유아용품 전반에서도 골드 키즈 현상은 두드러진다.

유모차 시장은 스토케, 부가부, 사이벡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주도한다. 일부 한정판 모델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며,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이 붙는다.

카시트·아기침대·유아가구도 고급화를 앞세운다. 유럽 안전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나 친환경 원재료를 사용한 고가 상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IT 기반 스마트 유아용품도 눈길을 끈다. 아기 모니터, 스마트 체온계, IoT 연동 아기침대 등은 ‘한 아이를 더 세심히 관리하려는’ 부모들의 수요와 맞물려 성장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부모 강인비씨는 “유모차 가격이 웬만한 중고차 할부금 수준이지만 안전성과 디자인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며 “하나뿐인 아이니까 가능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결국 키즈 산업은 저출산 시대 한국 소비시장의 새로운 표준이자,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는 차별화된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이 한 명당 지출이 집중되면서 ‘양보다 질’ 소비가 정착했고, 부모 세대의 기준은 편의, 안전, 프리미엄으로 다변화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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