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19일 여의도에서 홍콩·싱가폴 투자자 상법개정 미팅 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19일 여의도에서 홍콩·싱가폴 투자자 상법개정 미팅 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은 외환위기를 극복한 1999~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인데 그만큼 불신도 최고치인 상황입니다.”

19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홍콩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헤지펀드 및 영미계 대형펀드 아시아본부 50여곳과 개별 미팅한 결과 해외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보통 여름철에는 해외투자자들이 미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지만, 이번에는 외국계 운용사의 CEO, CIO 등이 참석할 정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남우 회장은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며 “공매도 전면 금지와 전 정부의 상법 개정 유턴으로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불신이 피크 상태”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거버넌스 개혁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으나, 진행 상황이나 향후 타임라인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정해지지 않았던 탓이다.

이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자들의 한국 시장 비중은 점차 줄면서 관련 담당자도 자연스럽게 줄고 있는데 한국 정보가 제대로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실제로 외국 금용기관에서 한국시장의 최근 상승이 거버넌스 개선 기대감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 영향으로 잘못 분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금감원 수장이 정해진 만큼 적극적으로 거버넌스 개혁 로드맵을 국제 금융계에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 경쟁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거버넌스 개혁이 뒤쳐져 있음을 지적했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 적극적인 일반주주 보호 노력으로 밸류에이션이 제고된 것을 알고 있으나, 한국보다 자본시장이 뒤쳐져 있다고 생각했던 인도나 중국에서도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의 경우 금융당국인 SEBI가 ‘소수의 다수’ 원칙을 도입해 지배주주가 주요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고 일반 주주의 대다수 의견을 반영하는 선진국 방식이 자리 잡았다.

한국은 고질적인 모자 동시 상장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중국은 텐센트가 자회사 JD.com 주식 4.6억만주를 주주들에게 특별배방 형식으로 교부했고,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TME)도 물적분할해 미국에 상장시킬 때 TME ADR을 텐센트 모회사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등 일반주주 권익 보호에 나선 바 있다.

이 회장은 “현 정부가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완수한다고 해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투자자 보호가 뛰어나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거버넌스 개혁에 긴 호흡이 필요하고 과거 정권과 달리 자보시장 개혁 관련 준비를 많이 했고 올해 말까지 상법 보완입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이 차례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일관적으로 보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책의 개선과 기업이 변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난 이후에야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6월, 7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8월 들어서는 소폭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등 세제 개편 내용과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여당이 자본시장 개혁, 거버넌스 개선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으나 세제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부자감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배당 분리과세는 배당성향이 아닌 장기투자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속세 관련해서는 “상속세 인하는 민감한 사안이라 이번 정권에서 다루지 못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와 관련해서는 “지주사들이 자사주를 갖고 있는 부분을 소각해야 하고 주주들이 이사회 이사들의 충실 의무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면서 유력한 사내이사들이 낙마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는데, 우리도 NAV 대비 디스카운트가 큰 곳들은 이러한 디스카운트를 방치한 이사들의 재선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표를 적극적으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거버넌스 개혁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가치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해결책 등에 대한 질문이 상당했다.

이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재용 회장의 경우 매년 수십조원의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어려운 의사결정을 즐기지 않고 컨슈머 제품에 관심이 많은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며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 우선주의 매입·소각 등의 방법 외에도 삼성바이오 분할 같이 삼성전자를 반도체, 파운드리, 컨슈머 3개 부분으로 인적분할해 이 회장이 컨슈머 부문을 직접 경영하고 나머지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하는 방식이 삼성전자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이라고 답변했다.

현대차의 경우 거버넌스 개혁 노력은 하고 있으나 주가는 지지부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회장은 “뛰어난 제품 경쟁력과 높은 수익성 대비 현대차는 PER 5배, PBR 0.5배로 밸류에이션이 바닥권”이라며 “현대차는 삼성동 한전 부지를 보유하고만 있는데 매각하던지 유동화 해서 10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일부 우선주 매입·소각해 주주환원하고 대부분을 자율주행 부문에 투자 또는 M&A 자금으로 사용해 기업가치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국 등 서구권 투자자의 경우 아직 한국 시장에 대해 잘 몰라서 기대감이 있지만 아시아권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보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은 많은데 실제로 변화를 확인하고 들어오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향후 6개월~1년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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