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802_692318_1620.jpg)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를 두고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사주 활용의 사익 추구 가능성을 막기 위한 법 개정 시도에 대해, 기업의 유연한 재무 전략과 자금 운용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자사주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면서 예외적으로 활용을 허용하는 입법례는 드물다”며, 현재의 논의가 지나치게 단선적인 접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연구위원은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잉여현금을 주주에게 실질적으로 환원하는 효과가 있고, 소각 시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가능성이 차단된다”고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자기주식 취득 시 소각이 전제되면 현금 흐름 부담이 커지고, M&A나 자금조달 등 다양한 재무전략에서의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행 상법은 임직원 보상이나 M&A 대가 등의 목적으로 자기주식 활용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의무 소각 논의는 이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연구위원은 자사주 제3자 처분 시 주주보호규정 마련 방식을 둘러싼 논점으로, 처분 목적을 열거하는 방식과 핀셋 규제를 비교하면서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 전체로 확대된 만큼, 자기주식 처분 과정에서 주주 이익을 침해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이 따르게 돼 있다”며 “이미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소각 의무화보다는 신주 발행 절차를 준용하는 방식으로 처분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기업의 유연한 자금 운용 보장과 함께 경영권 방어 수단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사주 소각을 유예 없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자기주식은 대표적인 ‘빙공영사’ 사례”라며, “강제 소각이 불편하다면 단계적 도입보다는 공시 강화 방식이 오히려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자사주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라는 정책적 목표에 공감하면서도, 실무적 영향과 재무 전략의 유연성을 고려한 다각도의 제도 설계 필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법 개정에 따른 효과가 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만큼, 정치권과 학계, 기업계가 공통의 접점을 찾아가는 조율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