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제 2사업장 전경 [출처=여천NCC]](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249_691663_5717.jpg)
정부가 공개한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안을 두고 기대감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업계가 선제적 자구안을 마련하면 정부가 세제 완화 등을 후속 지원해 최대 370만톤(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를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감축 목표량과 시한을 제시한 만큼 향후 산업 내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단순 감축 전략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모습이다.
20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논의해 발표했다.
구조개편 방안에는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3대 방향'이 담겼다.
외에도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구조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과 같은 '정부지원 3대 원칙'을 확정했다.
개편안 핵심은 'NCC 감축'이다. 주요 10개 석화업체가 최소 270만t에서 최대 370만t 규모의 NCC를 감축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는 현재 국내 전체 NCC 생산능력 1470만t의 18∼25%에 해당하는 양이다.
협약식에는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부문 본부장,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남정운 한화솔루션 사장,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 나상섭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 류열 에쓰오일 사장, 허성우 GS칼텍스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각 사는 구체적 사업재편 계획을 연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냈다.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생산 감축에 적극 나선 기업에게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무임 승차하려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경고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문제는 명약관화하지만 국내 석화 업계가 그동안 문제를 외면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음에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고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구속력 있는 사업재편과 경쟁력 강화 계획을 속도감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장관은 "위기 극복의 해답은 과잉설비 감축과 근본적 경쟁력 제고"라며 "버티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업계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사업재편 계획을 제시하면 정부가 이에 맞춰 금융, 세제,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등을 결합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겠단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소위 '사즉생'을 언급하면서까지 감축 목표량과 협상 시한을 정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확실한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 논의가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감축량과 시기를 정한 것이 핵심"이라며 "아무래도 기간이 정해진 만큼 산업 내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 "NCC 감축만으로 경쟁 힘들어"…자산 헐값 매각 우려도
다만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개편 방안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 예로 이번 대책에는 업계가 꾸준하게 요구해 온 공정거래법상 예외 적용이 포함되지 않은 데다, 위기 산단에 대한 전기료 인하의 지원 방안도 제외됐다.
단순 설비 감축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유화학산업이 규모의 경제 논리가 작용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설비 감축만으론 장기적으로 중동,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중동, 미국 등과 대적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NCC 감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번 개편 방안은 그저 덜 팔고 손해를 줄이라는 논리로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데드라인을 지정하고 구조조정 압박에 들어간 만큼 자산 매각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당 관계자는 "결과를 정해놓고 맞추라는 식으로 개편안이 단행되면서 기업들이 자산을 헐값을 매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업계·금융권·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인수합병(M&A), 금융, 고용 대책 등을 포함한 세부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