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메로나’(위)와 서주 ‘메론바’. [출처=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062_692620_365.jpg)
빙그레가 최근 ‘메로나’ 포장지를 모방한 ‘메론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포장 디자인의 독창성과 소비자 인지도를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식품업계에 만연한 ‘미투 제품(모방 상품)’ 관행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낮은 영업이익률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베끼기’ 근절은 쉽지 않다는 시각도 동시에 나온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는 메로나 포장이 양쪽 끝은 짙은 초록, 가운데는 옅은 색으로 대비를 준 점, 양쪽에 멜론 이미지를 배치한 점, 네모 반듯한 서체를 활용한 점 등 독창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메로나가 30여 년간 소비자 인지도를 구축한 브랜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포장의 종합적 이미지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아이스크림 포장의 한정된 형태에서 보호될 수 있는 대상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색상이나 글씨체가 아닌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자산으로 본 첫 사례”라며 “소비자 혼동 방지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히트 상품이 나오면 유사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현상이 오랫동안 반복돼왔다. ‘맛’이나 ‘원재료’는 자연에서 비롯된 속성이라는 이유로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제도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4년 ‘불닭볶음면’을 모방했다며 팔도의 ‘불낙볶음면’을 상대로 소송했지만 기각됐다. 오리온 역시 ‘초코파이’ 명칭을 상표로 보호받으려 했지만 법원은 “보통명사화됐다”며 롯데·해태의 손을 들어줬으며, CJ제일제당이 2017년 ‘컵반’을 모방했다며 경쟁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메론맛, 고구마맛 등 자연에서 기원한 소재는 독점이 불가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미투 상품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낮은 영업이익률 탓에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R&D) 대신 모방을 택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는 이번 판결이 업계 전반에 R&D 투자 확대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CJ제일제당 1.2%, 대상 1.1%를 제외하고 농심 0.9%, 롯데웰푸드 0.7%, 오리온 0.5%, 동원F&B 0.5% 등 대부분 1%에 못 미쳤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도 곧바로 모방 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은 선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다”며 “결국 혁신을 가로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자정 노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빙그레와 서주의 분쟁을 넘어 식품업계 전반에 주는 메시지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근본적 해결로 이어지려면 제도 보완·기업 R&D 투자·소비자 가치 소비가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브랜드의 독창성·진정성까지 고려하는 소비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맛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까지 무분별하게 모방한다면 결국 소비자 신뢰가 흔들린다”며 “법원이 최소한의 경계선을 다시 설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피캣 제품은 단기적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과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