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의 삼성 반도체 공장. [출처=연합뉴스]
중국 시안의 삼성 반도체 공장. [출처=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생산 법인에 부여했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취소했다. 이번 조치로 두 회사는 내년 1월부터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들여오기 위해 반드시 건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반도체 장비 반출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중국 내 생산전략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9일(현지시각) 사전 공개한 연방 관보를 통해 삼성전자 시안 낸드플래시 법인, SK하이닉스 우시 D램 법인과 다롄 낸드 법인, 그리고 인텔에서 인수한 다롄 반도체 법인을 VEU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9월 2일 관보에 정식 게재된 이후 120일 뒤부터 발효돼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VEU는 특정 외국 기업이 중국 내 공장에 장비를 들여올 때 별도 허가 절차 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삼성과 SK는 지난 2023년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이 지위를 보장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양사는 다시 개별 허가 체제로 전환되며 행정적 부담과 시간 지연을 감수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출처=연합뉴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출처=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 외국 기업은 중국으로 장비를 들여오기 위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하며, 경쟁자들과 동일한 규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공장의 운영은 허용하지만 생산능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장비 반출은 승인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은 단기적으로 가동을 이어갈 수 있지만 장비 교체나 신규 라인 증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BIS는 이로 인해 연간 약 1000건 이상의 추가 허가 신청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반입 지연은 곧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수요 변화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적시성’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장비를 유지한 채 생산을 이어가다 보면 공정 세대가 뒤처져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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