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룸버그 "한국 서학개미, 테슬라서 가상화폐株로 이동"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식을 대거 팔고 가상화폐 관련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테슬라 주식 6억5700만 달러(약 9163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는 2019년 초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4개월 동안만 총 18억 달러(약 2조5104억원)가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테슬라에 두 배 레버리지로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TSLL에서도 같은 달 5억5400만 달러가 유출돼, 지난해 초 이후 월간 최대 이탈 기록을 세웠다. 이는 테슬라 주가 부진 속에 충성도가 높던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30대 투자자는 "과거 테슬라는 영감을 주는 스토리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며 "자체 AI 스토리로 시장을 선도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 대표 기술주에 몰렸던 자금이 이제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서학개미들의 관심은 가상화폐 업체로 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만 이들은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러지스 주식 2억5300만 달러(약 3528억원)를 순매수했다.

비트마인은 전 세계에서 이더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스트래티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또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9% 이상을 보유한 주요 투자자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5월 이후 이더리움 가격 상승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다만 대규모 매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여전히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가치는 약 219억 달러에 달한다. 그 뒤를 엔비디아와 팔란티어가 각각 2위, 3위로 잇고 있다.